한-미정상 대화록 전문

  • 입력 2003년 3월 14일 0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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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 밤 9시35분부터 15분가량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 지원 문제와 북한 문제, 노 대통령의 방미문제 등을 의제로 전화통화를 했다.

다음은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이 소개한 양국 정상간 대화 내용.

▽부시 대통령=대통령 취임 후 처음 통화하게 됐는데 다시 한번 취임을 축하드린다. 정권교체(transition)가 원만하게 잘 이뤄지는 것 같다. 이 점 역시 축하드린다.

▽노 대통령=감사드린다. 지난해 12월 당선한 직후에 통화한 후 오늘 다시 통화하게 돼 기쁘다. 본인의 취임식 때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따뜻한 축하말씀을 해줘 고맙다. 부시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및 국제테러방지를 위한 지도력을 항상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지지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존중한다는 정신 아래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다.

▽부시 대통령=감사드린다. 방금 한미동맹을 말씀하셨는데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으로도 강력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이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에서도 핵심적인 초석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전적으로 동의한다. 양국간에 북한 문제에 대한 정책에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그동안 여러 대화의 계기를 통해 한미간 정책에 이견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를 위한 양국의 노력, 특히 미국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는 동맹정신에 의해 미리 상의하고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부시 대통령=좋은 소식이다. 나는 노 대통령께서 편리한 시간에 워싱턴의 제 집무실에 손님으로 오기를 희망한다. 와서 여러가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나도 가능한 빨리 부시 대통령을 방문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한미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할 수 있고, 북한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방미 문제에 대해서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하루빨리 미국을 방문해 열린 가슴으로 유익한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한다.

▽부시 대통령=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일부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나 미국의 정책기조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를 진심으로 기대하며 훌륭한 방문이 될 것을 기대한다. 오늘 전화를 받아줘서 고맙다. 노 대통령의 우정에도 감사한다. 행운을 기원한다.

▽노 대통령=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확인해줘서 고맙다. 오늘 전화 주셔서 감사하고 만나서 대화하기를 기대한다.

이날 전화통화는 전화기에 연결된 이어폰을 낀 양국 통역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측 통역이 영어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측 통역이 한국어로 통역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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