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말-외래어 규제”…러 하원 법안 통과시켜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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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말이나 외래어를 쓰면 처벌대상?”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5일 처음으로 ‘모국어 순화법’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문서나 대중연설 언론보도 광고 등에서 상스러운 단어나 욕설, 적절한 러시아어 표현이 있는데도 같은 뜻의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처벌이나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원의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 놓은 이 법은 벌써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니콜라이 구벤코 전 문화부장관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비난했고 언론인연맹의 이고리 야코벤코 사무총장은 “언론 탄압에 악용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평소 말이 거칠기로 유명한 정치인들이 자기 반성은 하지 않고 이런 엉뚱한 법을 만든 것이 웃긴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법안에 서명해야 할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체첸 사태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던지는 덴마크 기자에게 “모스크바에 와서 할례(割禮)나 받으라”고 폭언을 퍼붓는 등 러시아 정치인들의 ‘험한 입’은 악명 높다.

더구나 이 법안 자체에도 ‘스타투스(지위)’ ‘아날로그’ 등 외래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는 지적까지 나와 당초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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