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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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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6일(현지시간) 밝힌 감세 규모는 ‘올 한 해에만 9200만명의 납세자가 평균 1083달러씩’ 덜 내거나 돌려받을 정도. 뉴욕 타임스 등이 의회 소식통들을 인용해 밝힌 전체 규모는 앞으로 10년 동안 6700억달러다. 이는 백악관이 당초 고려했던 액수를 두 배나 넘는 것이다.
백악관의 감세안에는 실업수당 연장이나 결혼, 자녀부양에 대한 소득 공제 등 중하위 소득계층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공화당이 박빙의 우세(51 대 49)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넉넉하게 통과되기 위해 민주당 구미에 맞는 조치들을 섞어 놓은 것.
그러나 민주당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별도로 올 한 해에만 1360억달러를 쏟아붓는 자체 감세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7일 오후 부시 대통령의 최종 발표 때 초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감세안의 골자=감세안은 기업투자 확대와 개인소비 증가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중에서도 10년 동안 3800억달러의 세수 결손을 감수해야 하는 배당소득세 폐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 배당은 기업이 한 해 거둔 순익에서 법인세를 낸 뒤 남은 세후(稅後)순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많았다.
‘배당소득세가 폐지되면 주가가 10%는 오를 것’이라는 백악관 관리들의 전망에 호응하듯 미 증시는 이날 폭등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7%(169.77포인트) 오른 8771.46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도 2.46%(34.18포인트) 상승한 1421.26에 거래를 마쳤다.
문제는 이 같은 배당소득을 대부분 부유계층이 누리고 있고 이들의 소비성향이 낮아 세금을 줄여주더라도 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보다 은행에 예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 부분의 조세감면 혜택의 42%가 상위 1%의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추정했다.
▽민주당 달래기=백악관은 감세안의 상하원 통과를 위해 민주당이 거부하기 어려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해 말로 지급 시한이 끝난 75만명에 대해 실업수당을 연장하는 조치나 재정이 취약한 주정부 지원용으로 100억달러를 떼어놓은 것 등이 그것.
백악관은 또 4600만쌍의 부부가 평균 1716달러를 덜 내게 될 결혼부부 공제 방안과 3400만가구가 평균 1473달러를 돌려받는 자녀부양 환급제도 끼워넣었다. 백악관 추정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로 연 3만9000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맞벌이 4인 가족은 평균 1100달러 정도의 감세혜택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부시의 감세안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안이 “경제활력을 키운다”며 기업과 부유층을 중점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기업활력 살아날까=미 경제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목하는 2003년 미국 경제 성장 견인차는 기업투자. 감세안은 이에 따라 배당소득세 폐지와 함께 기업 설비투자비의 감가상각 한도를 3배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배당소득세 폐지가 증시를 띄워 자금조달을 쉽게 한다면, 감가상각 확대는 장부상 순익을 줄여 세금을 절감해 주는 방안.
그러나 미국 경제가 이미 설비과잉으로 가동률이 75%에 그치고 있어 이 방안이 기업투자를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뉴욕 타임스는 최근 대기업들이 각종 금융기법을 통해 실제 부담하는 세율이 명목상의 35%보다 훨씬 적은 20.5%(제너럴 일렉트릭), 31.8%(P&G) 등에 불과하다며 감세안의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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