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교등 전통적 가치 증시…西歐 낙태등 세속적 가치 우선

  • 입력 2003년 1월 5일 22시 17분


코멘트
“이제 미국과 유럽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척 하는 것을 중단하라. 미국인은 화성에서 왔고 유럽인은 금성에서 왔다.”(로버트 케이건·카네기재단)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일자)는 최근 미국 미시간대가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가치관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과 미국간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다르며 이는 결국 양측간 외교정책의 틈새를 벌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미시간대의 조사는 △세속 이성적 가치(이혼, 낙태, 안락사 권한 중시)와 전통적 가치(종교, 가족, 애국심) 가운데 어떤 것을 중시하는지 △생존가치(정치 경제적 안정)와 자기표현의 가치(여성의 사회참여와 동성애 존중, 시민운동) 가운데 어떤 것을 중시하는지를 나타내고 있다.(그래프 참조)

산업화가 진전된 국가일수록 세속 이성적 가치와 자기표현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국이 그래프에서 오른쪽 위에 위치하고 후진국이 왼쪽 아래에 위치하는 것도 이 때문.

이 기준으로 볼 때 대다수 서유럽 국가는 오른쪽 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기표현을 중시하면서도 세속 이성적 가치보다는 전통적 가치를 높게 치는 특이한 경향을 보인다. 애국심 조사를 따로 보더라도 미 국민의 72%가 “내 조국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해 인도나 터키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종교에 대한 태도는 이슬람국가인 나이지리아와 터키에 가까웠을 정도.

때문에 정치성향 역시 세속적 가치인 소득수준보다는 도덕적 가치인 종교, 낙태, 인종차별에 대한 관점을 기준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총기등록제 논란은 기술적 가능 여부보다는 윤리논쟁으로 흐르지만 유럽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보듯 윤리보다는 기술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과 유럽간 가치관 차이는 지난 25년간의 미시간대 조사에서 계속 벌어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 잡지는 “가치관의 차이는 미국 유럽의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며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인식차는 일반인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