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가 소개한 ´올해의 기이한 뉴스´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26분


《“전쟁이 임박했다고? 새로운 테러경보가 떴다고? 엄청난 재정적자라고? 제발 이런 ‘사소한’ 뉴스에 정신을 팔지 마라. 진짜 쇠퇴하고 있는 문명을 전하는, 하지만 제대로 보도가 안 된 뉴스들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기기묘묘한 뉴스만을 수집하는 작가 척 셰퍼드가 선정한 ‘올해의 기이한 뉴스’를 이처럼 전했다. 다음은 그 요약.》


①소란스러운 침묵

영국 그룹 플래니츠는 최신 앨범에서 1분간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신곡을 발표했다. 그러자 작고한 전위예술 작곡가 존 케이지의 재산관리인들이 표절 소송을 내겠다고협박했다.케이지는 ‘4′33″’라는 작품에서 4분33초간의 침묵을 담은 바 있다.

플래니츠는 자신의 60초가 케이지의 273초 중 어느 대목을 표절한 것이냐고 꼬집으면서 “우리는 케이지가 273초 걸린 일을 60초 만에 해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3개월 뒤 플래니츠는 수십만달러를 주고 케이지측을 무마했다. (인디펜던트지, CNN방송 6월21일)

②완벽한 시험부정 방지

한국 법무부는 사시에서 시험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3시간 동안 화장실 출입을 금했다. 대신 여성응시자들을 배려해 올해 처음으로 용변용 통치마와 플라스틱 좌변기를 제공했다. 남성에게는 여전히 비닐봉투만 줬다. (AFP 3월8일)

③미국은 역시 ‘세계최강’

호주 퍼스시의 포주 매리 켄워디는 4월30일 하루 휴업했다. 전날 미 수병들이 상륙해 그의 ‘노동력’을 완전 소진시켰기 때문. 그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임시휴업했다”고 말했다. (AFP 5월2일)

④‘경기선행지수’

이탈리아 미술가 피에로 만조니가 41년 전 자신의 배설물을 90개의 캔에 30g씩 집어넣어 ‘예술품’이라고 내놓은 이래 이 캔값은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 왔다. 93년엔 캔 하나가 7만5000달러(약 9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6월 런던 테이트 갤러리는 4번째 캔을 3만8000달러에 구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30g의 금값은 300달러였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6월30일)

⑤부활하는 암소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쿠바의 만성적인 우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쿠바에서 가장 우유를 많이 생산한 소를 복제하라고 지시했다. 과학자들은 최다 우유생산량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이미 죽은 우브레 블랑카라는 이름의 암소에서 체세포를 떼어 내 냉동시켰다. (월 스트리트 저널 5월21일)

⑥누가 더 어리석은가

제임스 웰레스는 ‘어리석음 이해하기’의 저자. 누구보다 사람들의 어리석은 결정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해 온 그는 플로리다주 랜터나에서 인터넷을 통해 ‘15세 소녀’에게 섹스를 구걸하다 체포됐다. 이 소녀는 40세 경찰관이 위장한 것이었다. (팜 비치 포스트 11월8일)

⑦이름 탓인가

올해 살인죄로 처형당하거나 선고 또는 기소된 사람들의 중간이름(middle name)을 주목하시길. 모두 ‘웨인(Wayne)’이다. 스테펀 웨인 앤더슨, 랜덜 웨인 해프달, 대런 웨인 캠벨, 마크 웨인 캠마이어, 마이클 웨인 콜, 개리 웨인 데이비스, 제프리 웨인 고튼, 마크 웨인 실버스, 티모시 웨인 애덤스, 조슈아 웨인 앤드루스, 세스 웨인 캠벨, 더글러스 웨인 클라크, 데이비드 웨인 크루스, 랠프 웨인 그라임스…. (각종 통신과 신문, 방송 종합)

⑧소송 만능사회

성범죄 용의자 하비 테일러(48)는 자신을 빨리 체포하지 못한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그는 플로리다주에서 도피 도중 눈밭에 갇혀 사흘 밤을 보내는 바람에 동상으로 발가락 두 개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경찰관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동상에 걸릴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밴고 데일리 뉴스 2월27일)

⑨정당화할 수 없는 총질

인디애나주 개리시에 사는 스테펀 워커는 오랜 친구와 누가 더 좋은 친구이냐며 말다툼하다 그에게 총을 쐈다. 텍사스주 고들리시의 20세 청년은 친구와 누가 천국에 갈 수 있느냐를 놓고 싸우다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다.

⑩누가 갇혀있어야 하나

현충일에 버펄로 동물원에 무료 입장한 1만5000명의 방문객들은 동물들을 학대하며 화장실을 부수고 전시물을 짓밟았다. 그 날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닌 종(種)들은 모두 얌전히 처신했다. (버펄로 뉴스 5월29일)

⑪어떤 중고서점

미네소타대 도서관 사서직을 은퇴한 캐럴 어네스는 세인트 앤서니에 중고서점을 열었다. 자신이 소장한 1000권의 책을 팔기 위한 것. 하지만 고객이 찾아와 책을 사려하면 거절했다. 사랑하던 책과 헤어지기 싫었던 것. 개점 첫날 한 여자가 책 3권을 주문했을 때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이 서점은 찾아오기도 쉽지 않고 찾아오더라도 어떤 것이든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타 트리뷴지 3월1일)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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