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신규10國 농업보조금 ‘줄다리기’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55분


가입조건 협상 주요 쟁점
EU신규 가입국
2004년부터 농업보조금 현행 EU 수준의 40%부터 지급“더 늘려라”
가입 초기 신규 가입국 현금 유동성 확보 위해 10억 유로 원조“12억유로 이상 더 내라”
가입 직후 유로화 체제 도입“경제 연착륙시까지 유예해달라”
난민 유입 우려 때문에 빨라도 2006년까지 신규 가입국 국경개방 유보“즉각 개방하게 해달라”

“더 내라.” “못 준다.”

12,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열한 ‘벼랑끝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동유럽 10개국의 2004년 EU 가입을 최종 승인하고 각국의 가입 조건을 결정하는 회의. 이에 따라 EU측으로부터 보다 많은 보조금과 원조를 얻어내려는 신규 가입국들과 재정부담을 덜 지려는 EU의 막판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협상이 벌어지는 장소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정상회의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입 조건을 타결지은 신규 가입국은 한 나라도 없다. EU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 외무장관이 “9일까지 협상을 끝내라”고 통첩을 보냈을 정도.

신규 가입국의 요구는 ‘덜 내고 더 받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0개국은 2004년 5월 가입 직후부터 분담금을 내고 보조금 등을 받아가게 된다.

협상의 최대 관건은 EU 예산의 절반을 넘는 농업보조금 지급 조건. EU를 대표해 협상을 맡고 있는 순회 의장국 덴마크는 ‘현행 EU 수준의 25%부터 지급한다’는 당초 안 대신 ‘최초 지급 비율을 40%까지 높인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농업국인 신규 가입국들은 ‘부족하다“며, 독일 같은 기존 가입국들은 ‘너무 많다’며 함께 반발하고 있다.

EU는 또 가입 초기 신규 가입국의 현금 유통을 위해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제공할 예정. 그러나 신규 가입국 가운데 가장 큰 나라인 폴란드는 12억유로(약 1조4400억원)는 더 내놔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여기에 신규 가입국의 ‘밥그릇 챙기기’를 지켜본 기존 가입국까지 가세했다. 포르투갈은 자국 농업생산 쿼터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농업생산 쿼터가 농업보조금 배분비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헝가리 등 일부 후보국들은 “이런 조건이면 내년으로 예정된 가입 찬반 국민투표가 부결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2일 다시 “(신규 가입국들이) 너무 많이 달라고 하면 EU 확대계획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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