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무기사찰에 비협조”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51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 3555억달러의 군 예산 지출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 워싱턴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 3555억달러의 군 예산 지출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 워싱턴AP연합
유엔 무기사찰단이 활동 7일째인 3일 오전 9시경(한국시간 오후 3시) 이라크 대통령궁에 대해 2시간 동안 첫 조사를 벌이는 등 사찰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목록제출 시한인 8일을 앞두고 날카롭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팀으로 나뉜 사찰단은 이날 바그다드 인근 티그리스강에 접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알 시즈다궁과 알 소주드궁 등을 2시간 동안 조사했으며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대통령궁은 1998년 사찰 때 이라크가 접근을 막아 결국 사찰단이 이를 이유로 철수했었다.

▽신경전〓이라크는 유엔이 정한 무기실태 공개 시한 하루 전인 7일 서면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이라크 관리가 이날 밝혔다. 호삼 모하마드 아민 국가감시위원회 의장은 이날 “바그다드의 무기사찰단과 국제원자력기구에 직접 현황보고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달 8일 이라크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 1441호에서 ‘30일 내에 이라크의 무기개발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대사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사찰수용 태도에 대한 불만에 대해 “이라크는 완전히 협조하고 있다”며 “사찰이 끝나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만든 거짓말만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2일 미 국방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지금까지 이라크의 태도는 ‘고무적’이지 못하다”며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목록 제출 시한인 8일까지 완벽한 목록을 제출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사찰이 시작된 후 이라크측 태도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그는 ‘심각한 결과’와 관련해 “더 확대된 전쟁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선택이 제한적으로 되기 전에 늘어나고 있는 위험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압박과 함께 중동에 배치된 미군 600여명은 다음 주부터 카타르에서 모의전쟁 훈련인 ‘인터널 룩’ 2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무기 찾기 숨바꼭질〓사찰단은 2일 이라크의 한 미사일 공장에서 1998년 유엔이 설치해 놓은 장비 중 일부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북쪽 외곽의 알와지리야 미사일 공장에는 98년까지만 해도 유엔특별위원회(UNSCOM)의 감시카메라 등 조사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알와지리야 공장은 사거리 650㎞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온 곳으로 지목된 뒤 지금까지 영구 감시대상이었다. 그러나 공장 책임자인 이라크군 모하메드 살레 모하메드 장군은 “이곳에서는 유엔이 허용한 사거리 150㎞ 이하의 미사일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CNN 방송은 “이라크가 핵무기 제조의 핵심 요소인 알루미늄 튜브를 입수하기 위해 6차례나 시도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이날 전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미국이 줄곧 제기해 온 의혹처럼 이라크가 핵무기 제조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재래식 로켓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국 수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유엔의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워싱턴·바그다드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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