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CIA…‘9·11테러범 이라크접촉’ 허위정보로 드러나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51분


9·11 테러를 저지른 ‘자살 특공대’의 리더가 테러 전에 이라크 정보 관리와 체코의 프라하에서 여러 번 접촉했다고 주장한 체코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언론에 공개된 이 보고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증거로 인정돼 왔다. 대(對) 이라크 공격이 대 테러 정책과 맞물린다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던 셈.

그러나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21일자 사설에서 “중앙정보국(CIA)은 사실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다”며 “정보기관의 정보가 부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 보고서가 ‘지역 아랍공동체’라는 단 하나의 모호한 출처에 기반을 둔 것인데도 CIA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1일 체코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이 올해 초 ‘보고서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백악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CIA의 조지 테닛 국장도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CIA는 9·11 테러 리더와 이라크 관리의 만남을 확인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증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빌 클린턴 시절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가 협력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던 CIA가 이제는 반대로 연관돼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라크 독재자를 축출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CIA가 정보를 ‘정치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CIA는 이라크가 알 카에다 요원을 훈련시켰다고 최근 밝혔지만 사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90년대 중반부터 CIA 파일에 쌓여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CIA가 수없이 틀린 예측을 내놓는 등 정보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불과 몇 개월 전인 90년 7월까지 CIA는 “이라크는 내부적으로 산적한 문제가 많아 전쟁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CIA에 모든 문제를 100% 맞추라고 기대해서는 안되지만 100% 틀리는 쪽에 가까워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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