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또 “꽝”… 동남아 테러공포

  • 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58분



인도네시아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잇따르면서 추가 테러의 공포가 동남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가 테러의 새로운 ‘온상(溫床)’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필리핀 추가 테러 발생〓필리핀 남부 삼보앙가 중심가에서 발생한 연쇄폭발로 150여명의 사상자가 난 지 하루 만인 18일 수도 마닐라 교외 금융중심지에서도 폭탄 1개가 터져 밴 차량이 부서졌으며 인근에서는 수류탄 1개가 발견됐다고 필리핀 경찰이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전날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나 필리핀 외무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어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서도 18일 오후 버스 1대가 폭발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필리핀 군 고위관계자는 삼보앙가 폭발사건은 지난주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폭발사건과 연계된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그는 이 폭발사건이 발리섬 폭발사건의 배후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슬람 과격단체 제마 이슬라미아(JI)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JI 지도자 “테러 안했다”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무장 단체 제마 이슬라미아(JI)의 지도자인 아부 바카르 바쉬르가 17일 자신의 근거지인 중부 자바 솔로에서 이슬람 교도들을 모아놓은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솔로로이터뉴시스

인도네시아에 본부를 둔 JI는 9·11테러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그룹 분파로 동남아 일대에서 테러활동을 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 수사〓인도네시아 경찰은 12일 발생한 발리섬 폭탄테러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인 7명과 중동 출신의 외국인 1명 등 8명의 용의자 집단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미국 공군기지에서 조사 중인 알 카에다의 동남아 책임자 오마르 알 파루크를 심문한 결과 발리 테러와 관계된 용의자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어 이들 8명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JI의 지도자인 아부 바카르 바시르도 소환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바시르는 빠르면 18일 폭탄테러 및 반역 등의 혐의로 체포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시르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발리 폭탄테러가 미국의 음모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아가야 넌 잘못없단다”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18일 남부 삼보앙가의 한 병원에서 폭탄테러로 온몸을 다친 두살바기 아이를 위로하고 있다.-삼보앙가로이터뉴시스

▽서방국가들 추가테러 대비〓미국이 발리 폭탄테러 이후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관 직원들의 본국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영국과 호주도 조만간 핵심요원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을 귀국시킬 방침이다. 독일과 덴마크 외무부도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조속한 귀국을 권고했다.

한편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7일 “현 상황이 9·11 테러 이전 여름과 같은 정도로 위험하다”면서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벌어진 최근의 테러공격들은 알 카에다가 미국에서 미 국민을 겨냥해 또 한 차례 공격할 태세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각료들에게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와 같은 테러공격이 앞으로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