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시카 랭 "미국인임이 치욕스럽다"

  • 입력 2002년 9월 27일 16시 36분


톰 크루즈 /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 /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의 연예계 스타들이 미 행정부의 대(對)이라크 군사공격 움직임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연예계 인사로서 먼저 입장을 밝힌 사람들은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제시카 랭,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 모두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

가수이자 배우,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트라이샌드는 22일 민주당 중진의원인 리처드 게파트에게 메모를 보내 "사담 후세인은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수세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촉구했다고 DPA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 행사 중 게파트 의원에게 전달된 스트라이샌드의 메모는 "석유업계와 화학회사, 벌목업계 등 특수 이익집단들이 부시 행정부에 미치는 공공연한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메모는 나아가 "이러한 이익집단들은 분명히 이라크 전쟁으로 얻을 것이 많을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대(對)이라크 전쟁이 '불순한' 동기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 제시카 랭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킹콩' '투씨'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여배우 제시카 랭(53)은 26일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헌법에 어긋나며,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불법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랭은 "미 국내외에서 왜 아무도 부시 대통령을 뜯어말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나는 (조지 W) 부시와 부시 정부를 증오하고 경멸하며, 내가 미국 출신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랭은 평생공로상인 도노스티아상을 받기 위해 영화제에 참석했다.

스트라이샌드와 랭이 부시 행정부의 반대편에 선 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홍보 차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방문중인 스필버그 감독과 크루즈는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시 행정부를 편들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관한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근거가 확실하고 사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즈도 "나는 부시 대통령만큼 정보를 갖고 있진 않지만 후세인이 수많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 영화감독 켄 로치, 여배우 캐서린 매코맥 등 영국 문화계 인사 100여명은 지난주 "이라크 전쟁은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것이며 다시는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공개서한을 총리 관저에 전달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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