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海표기 삭제 돌연 철회…국제수로기구 전격 결정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53분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 바다지도인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발간을 앞두고 지난달 내놓은 현행 일본해 단독표기 삭제안을 돌연 철회했다. 이에 따라 한일간의 ‘동해·일본해’ 표기 논란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IHO 사무국은 당초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발간 준비 과정에서 우리측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IHO는 일본해만 표기된 지도를 삭제하고, 동해 부분 2쪽의 지도를 공란으로 두는 최종안을 지난달 작성해 회원국들을 상대로 기한을 11월말까지로 투표를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측으로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불렸다.

그러나 IHO 사무국은 19일 “회원국들로부터 최종안에 대해 이의가 많이 제기되고 있어 보완작업을 위해 투표를 중단했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해 왔다.

이는 동해 부분을 공란으로 만든 최종안이 효력을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 IHO측이 조만간 동해 관련 부분에 대한 새로운 최종안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1953년 발간된 3차 개정판(동해가 일본해로만 표기된 지도)을 다시 사용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IHO 사무국의 최종안 철회 과정에 일본측의 집중적인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장재룡(張在龍) 주프랑스대사를 20일 모나코에 있는 IHO 사무국에 긴급 파견해 “국제관행상 투표 도중 최종안을 철회하고 투표를 중단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이번 IHO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IHO 회원국들과 연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정부는 ‘동해·일본해’가 병기된 IHO 최종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HO의 ‘해양의 경계’는 세계 바다지도 제작의 준거가 되는 책자로 53년 제3차 개정판 발간에 이어 50년 만에 IHO가 제4차 개정판 발간을 준비중이며, 제3차 개정판까지는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됐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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