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언론, 이젠 정부말 잘 안듣는다

  • 입력 2002년 9월 16일 15시 41분


중국 언론과 정부의 오랜 밀월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뉴욕타임스는 16일 과거 공산당 선전의 도구로 사용돼온 중국 언론과 정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정부 기관의 부패 및 스캔들에 대한 보도들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재경(財經)이 국영 은행의 부패 및 등소평 친척이 연루된 국영기업 비리 사건 등을 최근 보도한데 이어 한 경제 일간지는 최근 일어난 다리 붕괴사고의 사망자수가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내 대표급 대학들이 마련한 언론인 연수 과정도 당의 노선에 부합하는 보도 대신 독립성과 사회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은 지난 10년간 언론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순익을 내야하는 각 언론사들이 독자에게 '읽히는, 그리고 팔리는' 뉴스를 찾으려는데서 비롯된다. 기자들의 직업관 변화도 또 다른 원인. 익명의 한 기자는 "(개방의 물결속에서 자라난) 젊은 기자들일수록 당의 생각과 지침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뉴스가 이들에겐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종류도 다양하고 셀 수 없이 많아진 언론사들을 단속하기에는 중국 당국의 능력 또한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설령 보도예정 사실을 미리 알고 이를 사전에 막는다 해도 인터넷이나 지식인들을 통해 기사가 몰래 유포되곤 한다.

이같은 흐름속에 중국 공산당은 올 11월 제16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국영 언론에 보도지침을 내려 지도부 교체에 관한 독자적 취재를 금하고 중국인들이 이따금 외국종자의 개를 잡아먹는다는 사실까지 보도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중국 정부의 보도 단속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사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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