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러 이사장 기고문]美 안보-경제-사회 송두리째 바꾼 날

  • 입력 2002년 9월 11일 17시 47분


에드윈 퓰러
에드윈 퓰러
《역사에는 미국을 영원히 바꾼 날들이 있다. 1776년 7월 4일(독립선언), 1861년 4월 12일 (남북전쟁 발발), 1941년 12월 7일(일본의 진주만 공격) 등이 그렇다. 여기에 2001년 9월 11일을 추가해야 한다. 나는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한다. “세상에(Oh, God)!” 워싱턴 사무실 창을 통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를 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부인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이었다. 9·11테러 이후 조국 안보와 테러리즘 척결은 미국 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관련된 몇 가지 주제들을 살펴보자.》

▼안보▼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전쟁은 테러단체들을 지원해 온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제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이제 테러리즘의 주요 수출국인 이라크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전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라크는 현재 최악의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쟁수행 방식을 살펴본다면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대(對)테러 연합전선을 구축했으며 경제적으로 이슬람 지원단체들의 자금을 동결했다. 군사적으로는 최신식 무기를 사용하는 한편 말을 타고 알카에다 전사들을 추적했다.

이 같은 전면적 접근방식은 미국에는 커다란 변화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은 납치나 인질극을 방지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재판정에 세워 유죄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9·11테러를 통해 적들은 이 같은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줬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외교·군사·경제를 모두 망라하는 전방위 공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프간 전쟁의 교훈이었다.

▼경제▼

미국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유시장 경제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는 9·11테러 이전 이미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항공업계에 수십억달러를 쏟아 부음으로써 그러한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겸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가 57년 전 ‘노예의 길’에서 지적했듯이 정부가 전시(戰時)에 경제에 간섭하게 되면 평화가 와도 경제에 간섭하고 싶어지며 그것은 곧 모든 이들에게 자유의 제한을 의미한다. 적어도 미국 경제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퍼붓기만 하면 되는 때는 지났다.

▼에너지▼

미국은 석유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 석유가 국가안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은 석유 수입의 60%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로부터 충당하고 있으며 그 국가들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사회: 9·11테러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미국인들의 삶 자체다. 집 내부에 ‘안전방’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조국안보(homeland security)’ ‘대인폭탄(daisy cutter)’ ‘구급조치(first responder)’ 같은 단어들은 일반 용어가 됐다.

애국심이 미국을 휩쓸면서 군대와 정보기관 지원자가 급증했으며 성조기는 더 이상 독립기념일 같은 특정 공휴일에만 등장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게양되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國歌)를 부르는 것은 단순한 식전행사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자부심의 순간이 됐다.

미국은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자유와 번영을 지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가까운 장래는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그러한 목표가 지구상 모든 국가의 관심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을 날을 달력에 표시해 두자. 그날은 또 다른 변화의 날이 될 것이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기고

정리〓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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