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정치인도 배우다” 獨포르노스타출신 선거 출마

  •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50분


포르노 스타 출신 연예인이 보수적인 독일 정가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인공은 70년대 포르노 영화에 출연, 주가를 올린 페터 본트(49·사진). 90년대 TV게임쇼 진행자로 변신한 그는 다음달 총선에 자민당(FDP) 소속으로 출마한다. 과거 이탈리아에 치치올리나라는 포르노 스타 출신 여성 국회의원이 있었고 유럽 각국에 배우 출신 의원이 많지만 독일 정가에는 배우 출신이 전무하다. 본트씨는 TV게임쇼 진행자로서의 높은 지명도 때문에 독일 최초의 배우 출신, 그것도 포르노 배우 출신 의원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FDP 지도자들에 의해 구 동독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국회의원 후보로 영입됐다. 야당인 FDP는 현재 43석의 의석을 갖고 있으나 98년 총선 당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서의 득표율은 1.6%에 불과했다. 따라서 FDP가 본트씨의 지명도를 이용해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 그러나 본트씨 자신은 개의치 않는다. “얼굴이 알려져 출마하는 게 뭐가 나쁘냐. 적어도 내가 유권자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진공 청소기 팔러 왔느냐’고 박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여유 있는 표정이다. 그의 출마를 두고 독일 내에서는 “정치 희화화다” “독일 정치도 이제 허울뿐인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등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본트씨는 그런 논란을 비웃듯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배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배우라면 내가 그들보다 한 수 위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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