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중화장실 "역사속으로"…도입 150년 시설 낡아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03분


14일 영국에 공중화장실이 도입된 지 150주년을 맞았지만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영국 공중화장실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최초의 공중화장실은 1852년 런던중심가인 플리트스트리트에 설치됐다.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용변을 봐 도시가 더러워지고 질병의 원인이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 초기 화장실은 화려하고 우아한 빅토리아양식으로 지어졌다. 바닥에는 타일을 깔았고 건물 주위엔 아치와 담쟁이덩굴로 장식한 철제울타리를 세웠다.

당시 이용료가 1페니였기 때문에 ‘1페니를 쓰다’라는 표현은 ‘공중화장실에 가다’는 관용어가 됐을 정도로 공중화장실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화장실문화가 개선되면서 행정당국은 유지 보수비용만 많이 드는 공중화장실을 계속 줄여 왔다. 1995년 이후 영국의 주요도시 공중화장실의 47%가 폐쇄돼 지난해에는 그 수가 5800개로 줄었다. 낡고 녹슬어 도시의 흉물로 자리잡은 것도 있고 일부는 작은 카페나 꽃집, 극장 등으로 개조됐다.

이 같은 현상은 동아시아에서 ‘화장실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세계화장실정상회의를 열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수원시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중화장실을 가진 도시’로 선정된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도 영국화장실협회가 발족돼 올해의 화장실을 선정하는 등 공중화장실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관광지에 개방형화장실을 설치하고 있고 이동식화장실 보급도 계획 중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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