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피아 동계올림픽 승부조작설 파문

  • 입력 2002년 8월 6일 15시 33분


러시아 마피아가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승부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설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올림픽 당시 심판 판정을 놓고 첨예한 감정 대립을 벌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승부조작의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는 당시 아이스댄싱 우승팀인 프랑스의 마리나 아니시나(여) 그웬달 페제라 선수와 페어 부문 우승팀인 러시아의 옐레나 베레쥐나야(여) 안톤시하룰리제 선수는 프랑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마피아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특히 아니시나 선수는 이번 사건의 주역으로 프랑스에 있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거물로 알려진 알림잔 토흐타후노프와 '가끔 전화하는 사이'라는 점은 시인했지만 "결코 승부 조작을 부탁하지는 않았으며 언론에 공개된 토흐타후노프와의 전화 녹음 테이프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빙상연맹과 러시아 올림픽위원회도 이번 사건이 미국 언론의 주도로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국 선수와 금메달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사건을 보도한 N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사건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에 의해 토흐타후노프가 1일 이탈리아에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토흐타후노프가 프랑스 심판을 매수해 러시아 페어팀의 우승을 돕고 이에 대한 대가로 아이스댄싱에서는 러시아 심판을 움직여 프랑스팀의 금메달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FBI는 토흐타후노프가 아니시나 선수와 사전에 통화했으며 올림픽 직전 적어도 6명의 심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4일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메달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토흐타후노프는 "나는 피겨스케이팅에 관심도 없다"며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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