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발명 100주년 美가정 보급률 80%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53분


1922년 터보에어컨 설명회의 캐리어 박사 - 사진제공 캐리어코리아
1922년 터보에어컨 설명회의 캐리어 박사 - 사진제공 캐리어코리아
17일은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에어컨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 이날 폭염 소식을 전하던 CNN의 한 앵커는 “에어컨이 없었다면 숨막히는 더위를 도대체 어떻게 이겨내야 했을지 모르겠다”며 이를 발명한 윌리스 하비랜드 캐리어(1876∼1950)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에어컨의 등장은 냉방의 차원을 넘어 현대 문명에 큰 변혁을 가져 왔다. 각종 의약품과 화학약품의 생산, 우주 탐사, 개폐 창문이 없는 유리 건축물, 사막지역 개발, 박물관의 예술품 보관 등은 에어컨이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덥고 습한 싱가포르의 경우 “에어컨이 없었다면 오늘의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의 CBS방송은 이날 에어컨 특집을 통해 발명자 캐리어와 인류의 피서 역사를 소개했다.

캐리어는 버펄로제철소에서 주급 10달러를 받고 엔지니어로 일하던 1902년 7월13일 온도와 습도 공기순환 등을 모두 통제하는 최초의 에어컨 시스템을 발명했다. 코넬대학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지 1년밖에 안된 25세 때였다.

이 회사의 고객인 뉴욕의 한 인쇄소가 여름철이면 고온과 습기로 인쇄용지가 변질돼 고민하는 것을 보고 도와주려 한 것이 발명의 동기였다.

캐리어는 1915년 캐리어 엔지니어링사라는 에어컨 회사를 설립했다. 1924년 디트로이트의 허드슨백화점, 1925년 뉴욕 리볼리극장에 이어 1928년 미 의회에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의회는 여름철 더위에 지친 의원들이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이 필요했다.

백악관에는 1929년에 설치됐으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은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1960년대 초만 해도 12% 수준이었던 미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지금 80%에 이른다. 미국에서 에어컨 가동을 위해 쓰이는 전력은 중국 전체의 전력소비량보다 많다는 보도도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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