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험약가정책과 관련 김원길前복지에 ‘압력편지’

  • 입력 2002년 7월 17일 01시 38분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7월 당시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7월 당시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
이태복(李泰馥)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주장한 ‘다국적 제약사 경질 로비설’ 파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이 보험약가정책과 관련, 지난해 7월 당시 김원길(金元吉) 복지부장관에게 보낸 편지가 16일 공개돼 새로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이 이날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에번스 장관은 “우리는 (한국의) 약가제도 변경계획이 우리 의약품에 줄 수 있는 차별적인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무역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번스 장관은 “외국계 제약회사가 수입하거나 한국에서 생산한 의약품들은 참조가격제 하에서는 불균형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시스템은 또 본인부담금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장 약효가 좋은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결국 한국에서의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귀국 정부가 (참조가격제 등 약가제도 변경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외국 제약사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과 완벽하고 실질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말 김원길 장관 재임 당시 발표한 건보재정 안정대책에 참조가격제를 포함시켰다가 오리지널 약을 많이 갖고 있는 일부 선진국과의 통상마찰 조짐이 나타나자 같은 해 10월 시행을 보류했었다.

이후 올 1월 취임한 이태복 전 장관은 4월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 김 전 장관 때 백지화했던 참조가격제를 다시 추진하고 오리지널 약을 중심으로 보험약가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참조가격제는 동일 효능군별로 정해진 기준 가격까지만 건보재정에서 약가를 부담하고 기준가격 초과분은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고가의 오리지널 약의 소비억제를 가져올 수 있다.

김원길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에번스 장관의 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미국 정부는 물론 외국계 제약회사 관계자들이 숱한 로비를 펼쳤지만 정책결정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고, 또 받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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