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9일 총선… 또 우파바람 불까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03분


프랑스 우파가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석권할 것인가.

프랑스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 1차투표가 9일 실시된다. 본토 555개와 프랑스령 등 모두 577개 선거구에서 8424명이 입후보, 평균 15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Ipsos의 조사 결과 대통령여당연합(UMP) 등 중도우파가 1차투표에서 40%, 사회당 공산당 녹생당 등 좌파가 36%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고 일간지 르피가로가 7일 보도했다.

1차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선거구는 1차투표에서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 득표율을 얻은 후보만을 대상으로 16일 2차투표를 실시, 최다 득표자가 임기 5년의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2차투표까지 치른 뒤 중도우파는 300석 이상, 좌파는 170∼21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시라크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이어 서유럽의 우파 득세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파 장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N)은 1차투표에서 12∼15%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200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2차투표에 진출하나 의석은 최대 4∼5석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드디어 동거정부 청산?〓말 많았던 좌우동거(Cohabitation) 정부를 청산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인 뒤 치르는 첫 번째 총선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우파가 ‘진정한 다수’를 얻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지지 유권자의 17%도 좌우동거를 막기 위해 기권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기를 꺼리는 프랑스 유권자의 특성이 의외의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르피가로는 7일 1차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좌파 지지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추락하는 좌파〓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정계 은퇴 이후 지도력 부재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좌파 의석은 현재의 314석에서 100석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좌파가 ‘날개없는 추락’를 계속하는 셈. 중도좌파 일간지 르몽드 8일자는 “사회당조차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썼다.

좌파의 부진은 후보 단일화 실패에도 기인한다. 시라크 대통령의 공화국연합(RPR) 등 중도우파 정당 연합체인 UMP는 551개 선거구에서 단일후보를 내는데 성공했다. 반면 좌파의 사회당 공산당 녹생당 등은 34개 선거구에서만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월드컵과 극우파〓이렇다할 쟁점이 없는 데다 월드컵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이 몰려와 총선에 대한 관심이 묻혀버렸다. 유권자의 기권율이 높아질수록 극우파인 FN의 성적은 좋아진다. FN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도가 높기 때문. 아직 예상 의석은 5석 이하이나 이변이 많은 게 프랑스 선거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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