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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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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부터 얘기를 시작하자. 올해 베이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을에 열릴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이다.
▼양안관계서 영향력 노려▼
그때 장쩌민(江澤民) 총서기는 아마 은퇴하고 권력을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에게 넘겨줄 것이다. 후 부주석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고 부시 대통령은 그를 극진히 예우했다.
현재로서는 장 총서기가 권력을 넘기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비록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장 주석이 은퇴 또는 반(半)은퇴하면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가?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고지도자가 아닌데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 덩샤오핑(鄧小平)은 군을 장악했으나 장쩌민은 그런 경력이 없다.
장 주석의 주요 경력은 지난 수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한 것 외에는 외교활동뿐이다. 특히 대미 외교와 대만-중국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들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장 주석의 정치 생명은 워싱턴, 타이베이(臺北)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실상 후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뒤 베이징은 장 주석의 10월 방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 주석은 방문 중 푸틴 대통령과 같은 대우를 받기 원한다.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농장에 초청받아 대미 외교를 전에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76세의 장 주석보다는 훨씬 젊은 후 부주석과 사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장 주석을 텍사스로 초청하기보다는 워싱턴에서 만나려 한다. 최근 중국은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장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해 친밀한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것이 중미간의 논쟁관계를 무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쟁의 중심은 대만이다. 베이징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시 정부는 최근 타이베이에 대한 지지를 강화함으로써 베이징의 대만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대만해협 양안은 최근 2년간 전례 없는 대립관계를 보였다. 대만이 2년 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 후보를 총통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줄곧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최근 베이징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진 듯하다. 가뭄에 시달리는 대만에 물을 제공한다거나 대만여객기 추락 현장을 공동수색하자는 제의 등이다.
천 총통은 최근 중국 대륙과 인접한 섬을 택해 베이징에 선의가 담뿍 담긴 담화를 발표했다. 섬 이름이 아주 재미있는데 ‘대담(大膽)’이다. 천 총통은 대담하게도 장 주석에게 이 섬에서 함께 ‘차를 마시자’고 제안했다.
재미있는 것은 천 총통이 조만간 중국을 이끌 후 부주석에게 신뢰를 표시하기보다는 장 주석에게 추파를 던진 것이다. 왜 그는 중국을 계승할 젊은 지도자보다 곧 은퇴할 사람과 대화하려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이런 제의가 나오기 전에 베이징과 타이베이는 최소한 워싱턴과 교감을 가졌다. 장 주석이 은퇴 후 대만 지도자와 회담할 수 있는지를 워싱턴 측에 타진했다는 정보다.
장 주석은 은퇴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양안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공식 직위가 없는 장 주석이 대만 지도자와 회담하게 되면 여론의 초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 통해 재임중인 후 부주석을 오히려 압도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퇴임전 미국과 담판 시도▼
양안관계의 관건은 베이징과 워싱턴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장 주석이 대만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우선 백악관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로서는 일단 은퇴하면 백악관과의 협상 능력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재임 중 미국과 담판 지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장 주석은 올 가을 미국 방문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기 위해 텍사스 농장 방문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중난하이, 텍사스농장과 대만해협이 연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궈광 홍콩중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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