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 700만∼1200만명 추산…中 ‘제2의 아편전쟁’

  • 입력 2002년 5월 16일 17시 47분



《중국 내 마약 밀거래와 이에 따른 마약 중독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이 ‘제2의 아편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20일)가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특히 경제 성장에서 뒤진 중서부 지역 소수민족들이 생계를 위해 마약거래에 앞다퉈 나서고 있고, 마약 주 소비층인 대도시에서도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마약을 일종의 ‘탈출구’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60여년 전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서구 제국주의에 무너졌다면 지금 중국은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마약중독자는 700만∼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증가속도라면 5년 안에 중국 마약중독인구는 주요 경제국들 가운데 선두를 차지할 전망이다. 엑스터시와 메스암페타민도 심심찮게 발견되지만 가장 애용되는 것은 아편의 파생물인 헤로인. 전체 마약의 70%에 달한다.

중국 마약거래 중심지는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동부 대도시에 비해 소득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중부 간쑤(甘肅)성이다. 별다른 생계 수단이 없는 둥샹족이나 회족 등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거래망이 형성돼 있다. 50g만 소지해도 사형이지만 생계를 위해서 죽음을 무릅쓴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 미얀마, 라오스, 태국 인근의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생산된 아편이 소수민족인 미아오족이나 바이족, 다이족을 통해 윈난(雲南)성으로 건너오면 둥샹족이 쓰촨(四川)성까지, 다시 이족이 간쑤성까지 운반하는 루트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은 기타 아시아 지역의 마약 운반 통로로 이용돼 왔지만 점차 중국 국내 판매가 늘고 있다. 수입 마약의 중국 내 소비는 5년 전의 10%에서 25%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아편 재배도 성행하고 있다. 간쑤성 농업생산량의 90%가 아편이며, 가장 ‘고순도’로 알려진 ‘산지아지’산 헤로인을 사기 위해 영국, 러시아, 독일로부터도 마약상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단속망은 허점투성이. 타임지에 따르면 경찰이 직접 고객을 마약 원산지로 안내할 정도로 부패가 구조화돼 있다. 마약을 나르다 걸려 사형을 선고받아도 경찰에 9000달러(1170만원)만 건네면 풀려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8세 어린이와 임산부, 대학교수 등 남녀노소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마약거래에 뛰어들다보니 단속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계독소(戒毒所)나 노동교양소 등 마약중독자 강제치료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치료시설조차 또 다른 헤로인 공급처가 된지 오래다. 대부분의 환자가 죄수처럼 다뤄지며 제대로 된 치료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헤로인을 공급받기 위한 ‘자발적’ 환자를 포함해 환자의 90%가 다시 입원하고 있다. 마약중독전문 사설병원이 2주 입원에 최고 5000달러(650만원)를 받고성업 중이지만 재중독률이 50%다.

마약중독으로 인한 질병과 범죄 역시 심각한 수준. 2000년 중국 내 2만2517명의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마약정맥주사로 감염된 환자가 71%에 달한다. 주요 마약통로의 하나인 쓰촨성은 지역 형사사건의 70% 이상이 마약중독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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