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1년 ‘초라한 성적표’

  • 입력 2002년 4월 3일 17시 56분


4월로 취임 1년을 맞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부진한 구조개혁과 여전한 경제불황, 잇단 대형 정치스캔들로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가 44%, ‘지지한다’가 40%로 나타나 고이즈미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가 ‘지지한다’를 앞섰다.

고이즈미호 출범 당시 80%를 웃돌던 지지율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역할 기대가 바뀐 데 있다. 1년 전 그가 화려한 박수 속에 등장했을 때 국민들은 ‘구조개혁 없이 경제회복은 없다’는 그의 슬로건을 지지했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그럴 바에야 경제라도 회복시켜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여론조사에서 구조개혁(32%)보다 ‘경제회복’(62%)을 서둘러야 한다는 응답이 많아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혹시 했는데 역시…”〓그의 능력에 대한 실망감도 확산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을 바꾼다고 했는데 바뀌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7%나 됐다.

2월에 국민적 인기가 높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을 경질하면서 광우병 파동의 책임자인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농수산상은 옹호하고 있는 것과 맹우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의 탈세의혹,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의원의 외무성 농단사건 등 정치스캔들도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를 대신할 만한 정치가가 없기 때문에 예상외로 장기집권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 지지 쪽으로 돌아섰던 무당파(無黨派·지지정당이 없는 유권자층)가 다시 떨어져 나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요코하마(橫濱)시장선거에서 패배한 데 이어 앞으로 있을 교토(京都)지사선거, 중의원 와카야마(和歌山)보궐선거, 참의원 니가타(新潟)보궐선거 등에서도 자민당이 패배한다면 고이즈미 총리의 기반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 1년 부문별 평가
부 문평 가
국내 정치발족 당시 70∼80%대에 달하던 지지율이 40%대로 하락. 약속한 구조개혁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해 실망감 확산
당내 장악력아직 정면 대결하려는 파벌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저항세력’들 결집과 공개 비판 출현
경제3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주가 불안정, 5.3%대의 실업률, 소비 설비투자 부진으로 여전히 회복 여부 불투명
외교 안보미일안보조약을 축으로 한 미국중심 외교 강화. 테러대책법과 자위대법 개정, 유사법제 제정추진 등으로 국내 안보태세 강화에 의욕. 교과서문제와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야기된 한국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회복 중
위기 대응력다나카 마키코 외상은 경질하면서 광우병 파동 책임자인 농수산상은 경질 안해 비난 자초.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비리와 스즈키 무네오 의원의 외무성 농단에 대해서도 지도력 발휘 못해 권위 실추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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