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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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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공격은 기본적으로 자살폭탄 공격을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 과격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국의 앤터니 지니 중동특사의 방문(14일)을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정치 외교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 점령했다”고 강력 비난했으며 유엔안보리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양측간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난 총장이 ‘불법 점령’이라고 표현하거나 이런 결의안이 통과되기는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전술변화〓팔레스타인의 무기가 좋아진 탓에 10년 전 이스라엘인 1명에 팔레스타인이 12명꼴로 숨지던 인명피해 비율이 최근에는 1 대 3으로 바뀌는 등 분쟁양상이 달라졌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2일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미스터 안보’라고 불리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 압박요인이 돼왔다.샤론 총리는 최근 ‘포격과 폭격’ 위주의 응징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보병동원’으로 전술을 바꿨다. 포격만으로는 테러의 싹을 자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3월 들어 샤론 정부는 난민캠프 8곳을 공격했다. 난민캠프가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온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2일 라말라의 알아마리 난민캠프와 가자지구의 자발라야 캠프를 공격한 것도 같은 이유다. 병사들이 집집을 이 잡듯이 뒤져 2000여명을 체포했다.
이스라엘이 대공세를 펼친 데는 국내 강경 여론도 한몫 했다. 11일 텔아비브에서 유대인 5만명이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극우파 민족동맹 출신 각료 2명이 미지근한 팔레스타인 정책에 항의해 사직했다.
▽전망〓지니 특사는 이번 중동방문에서 양측이 휴전할 경우 감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정도의 카드로는 양측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니 특사는 그동안 두 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국이 대(對)테러전쟁 수행에 악영향을 미칠 때만 중재에 나서고 있는 속내를 양측 모두에 읽혔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지니 특사의 이번 방문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일시 휴전’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