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못벗는 아프간 여인들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09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아직도 부르카를 쓴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탈레반 정권이 작년 11월 7일 쫓겨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40세의 여성 나스림은 ‘장’이라는 파키스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떠난 뒤 도시로 들어온 군인들도 못된 짓을 많이 했다”면서 “아직은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사는 편이 차라리 안전하다”고 말했다.

부르카는 눈만 내놓고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가리도록 돼 있는 겉옷. 이슬람 원리주의에 충실한 탈레반 정권은 여자가 얼굴이나 팔 다리를 내놓고 다니면 안 된다며 모두 부르카를 착용하도록 했다. 부르카는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부르카를 착용하는 아프간 여성들이 11년 만에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갖는다. 유엔은 5일 “아프간 과도정부가 8일 수도 카불에서 ‘오늘의 아프간 여성, 그 현실과 기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공식 행사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수백명의 아프간 여성은 행사장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과 시마 사마르 여성부장관 및 유엔대표들을 만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아프간 여성들에게 부르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교육과 사회활동의 문제”라면서 “아프간에서 갈등과 고난, 인권침해의 숱한 나날이 지나고 여성들에게도 평화가 다시 찾아와 이 문제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다음주 카불에서 아프간 여성을 위해 여성 건강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