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상표 내놔라” 러 정부-기업 분쟁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05분


러시아 보드카가 상표 분쟁에 휘말려 수출이 중단됐다.

러시아 정부와 43개의 러시아산 보드카 상표권을 가진 소유스플로드인포르트(SPI) 간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칼리닌그라드항에는 수출길이 막힌 보드카가 쌓이고 있다.

SPI는 90년대 초반 구 소련 해체 직후의 혼란기를 틈타 러시아 국영회사로부터 30만달러의 헐값에 보드카 상표권을 사들였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상표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 법원은 당시 상표권 양도가 적법했다고 판정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에 불복했고 최근에는 수출용 보드카의 선적을 금지시켰다.

SPI는 이에 맞서 발트해 인근의 구소련 국가인 라트비아에 공장을 세워 보드카 생산을 계속할 계획이지만 러시아 양조업계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러시아 보드카가 제 맛이 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중단된 보드카 중 스톨리치나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수입량이 많은 인기 품목이며 모스코프스카야는 서유럽의 애주가들이 많이 찾고 있다. SPI는 당초 올해 4억달러어치의 보드카를 수출할 계획이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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