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난기류 제거 외교전…부시訪韓 앞두고 주변國 분주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한반도 주변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남북한과 주변 4강의 외교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남북 관계 개선 및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우리 정부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막바지 총력전에 돌입했다.

북-미 관계 악화를 계기로 대화중재에 나섬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한층 분주한 양상이다.

▽긴박한 정부 움직임〓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 중인 외교통상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은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미국 일본측과 물밑 접촉을 계속했다.

외교부는 이미 지난주 재외공관장 회의 도중 급거 귀임한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를 통해 금주 초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에 한국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각론에서 견해차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조율하는 데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으나 미국 측은 이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북한의 WMD 문제에 대한 우리 측 최종 방침을 정리하기 위해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간의 마지막 협의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바빠진 주변 4강〓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러시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에 맞춰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10∼12일 평양에 파견한 러시아는 4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에도 특사를 파견, 남북 관계 개선에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특히 한반도 정세가 경색되면서 남북한과의 ‘삼각 경제협력 구상’의 실현이 늦어지고 특히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와의 연결 사업이 지연되는 데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3일 일본 방문 중 “미국과 북한이 대화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이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러시아 정부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하는 것. 러시아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북-미 간의 중재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출범 후 남북한 양측과 모두 갈등을 빚음으로써 한반도 외교의 총체적인 침체국면을 맞았던 일본 역시 부시의 동북아 순방에 맞춰 한국을 측면 지원함으로써 새 역할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작년 말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 압수수색, 북한선적으로 보이는 괴선박격침사건, 북한에 대한 쌀지원 보류 등으로 북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인 점에 비추어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북-미 간 대화를 촉구하는 선에서 일단은 북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처음부터 반대입장을 확고히 해온 중국은 미국의 대북 강경 자세가 동북아 정세를 경색시키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통해 영향력확대를 모색 중이다. 실제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부시 대통령 방중 때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한의 후원자를 자처해온 중국은 여러 차례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재개 희망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하겠다”며 우리 정부에 약속해온 만큼 조만간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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