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4개월…끝나지 않은 고통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44분


《미국 뉴욕에서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된 지 4개월이 다 된 지금도 ‘9·11테러의 공포와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당시 발생한 유독 가스로 인해 질환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아직도 연기를 뿜고 있는 붕괴 현장에는 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아직 끝나지 않은 테러의 공포와 고통을 자세히 다뤘다.》

▼숨막히는 뉴욕…다이옥신 공기오염▼

세계무역센터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조지 텝은 테러참사 이후 천식이 극도로 악화됐다. 없던 두통마저 생겼다.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던 텝씨는 “우편물을 챙기기 위해 가끔 전에 살던 집으로 갈 때마다 머리가 띵 해지면서 코피를 쏟곤 한다”고 말했다.

한 환경단체가 전에 텝씨가 살던 아파트 복도와 욕실 통풍기의 먼지를 검사한 결과 허용 기준보다 555배나 많은 석면이 검출됐다. 유리 섬유성분도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 현장 부근에서는 이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피, 기관지 장애, 기관지염, 지속적인 심한 기침 등을 호소하고 있다. 참사현장에서 작업한 경험이 있는 뉴욕시 소방관들의 약 4분의 1 정도가 심한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시민들에게 안심하라고 밝히고 있으나 시민들은 여전히 공기가 유독가스로 오염됐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뒤늦게 공개된 EPA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참사 현장 근처의 공기와 토양, 물에서 다이옥신 납 크롬 등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끊는 유가족…붕괴현장서 실종자 2000여명 못찾아▼

곳곳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테러참사 현장에는 아직도 실종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한 전직 소방대장 빌 버틀리(62). 지난해 9월 11일 이후 테러 참사 현장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는 것이 버틀리씨의 일상이 됐다.

매일 현장에서 10시간 정도를 보내는 버틀리씨는 조그만 군용 삽으로 쌓여 있는 철골더미를 끊임없이 들춰내며 “아들아, 어디 있니”라고 외친다.

버틀리씨는 테러 참사 때 실종된 가족을 찾는 단체에 가입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은퇴한 소방관이나 경찰관. 뉴욕타임스는 직업상의 특혜로 현장에서 실종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이들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실종 가족 수색에 일상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했다.

이엘피(57)는 운이 좋았다. 현장에서 아들의 시신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엘피씨는 “드디어 아들을 찾게 됐고, 이제 아들과 비슷한 사람을 볼 때마다 ‘혹시 아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엘피씨는 아들을 찾은 뒤에도 여전히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지하 속에 있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2000여명의 실종자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