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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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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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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공정한 정치 누가 막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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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페어플레이는 지켜야할 덕목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생활의 일부다. 주 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주복룡(朱福龍) 참사관은 “프랑스에서는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받아들여진다”며 “줄서기 등 질서 유지도 공중도덕을 준수한다는 소극적 의미보다는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우체국 경찰서 등의 공공기관 대민창구와 슈퍼마켓 등에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시간 가량의 줄서기가 생활화돼 있는 프랑스에선 아무리 다급해도 새치기를 했다간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는 ‘반칙왕’ 취급을 받는다.
일요일 오후 파리로 진입하는 고속도로가 정체되기는 서울과 마찬가지지만 한국 고속도로의 갓길보다 훨씬 널찍한 비상도로에 올라타는 차량은 없다. 바쁘고 애타는 심정은 모두 마찬가지인데 혼자만 ‘더티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프랑스인들도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주요 포스트를 그랑제콜 등 명문대 출신들이 독식하다시피하는 것은 용인하는 분위기다. 파리 7대학에 다니는 한 프랑스 대학생은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 만큼 같은 조건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사람이 대접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페어플레이로 나온 결과에 철저히 승복하는 프랑스식 사고의 일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각국 투명성 지수 및 순위 순위 국가 지수 1 핀란드 9.9 2 덴마크 9.5 3 뉴질랜드 9.4 4 싱가포르
스웨덴9.2 … 13 영국 8.3 14 홍콩 7.9 15 호주 7.8 16 미국
이스라엘7.6 … 20 독일 7.4 21 일본 7.1 22 스페인 7.0 23 프랑스 6.7 … 42 한국
그리스4.2 … 57 중국
아르헨티나3.5 91 방글라데시 0.4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리콜 은폐사건은 일본 사회가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기업을 가차없이 응징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쓰비시자동차는 30여년간 소비자들의 리콜 요청 서류를 은폐해오다가 2000년 8월 들통났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미쓰비시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판매가 14.5%나 줄어 지난해 3월말 결산에서 2781억엔이라는 사상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사원의 14%인 9500명을 감원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중이지만 회복 전망이 아직 어둡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운동경기에서 페어플레이 상을 제정하는 등 페어플레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유도 은메달을 딴 시노하라 신이치(篠原信一·29)는 페어플레이로 감동을 줬다. 99년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으로 시드니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유망주로 꼽히던 그는 프랑스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프랑스선수의 ‘유효’ 판정으로 패배해 은메달에 그쳤다. 일본측은 심판이 오판을 내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시노하라는 경기가 끝난 후 “내가 실력이 모자라서 졌다. 그것뿐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한수 위였다. 오심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유네스코 일본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미국▼
미국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선천적으로 체득되는 게 아니라 훈련되고 육성된다.
미국에는 ‘사커 맘’(Soccer Mom·축구 엄마)으로 불리는 어머니들이 있다. 치맛바람깨나 일으키는 극성스러운 어머니처럼 들리지만 반드시 나쁜 뜻은 아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각종 지역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기 때문이다.
방과후 축구클럽 활동을 하는 자녀들을 열성적으로 지원하는 ‘사커 맘’의 최대 관심사는 물론 아이가 축구를 잘해서 클럽 대표, 마을 대표, 지역 대표로 뽑히는 것이다. 축구클럽은 미 전역에서 대개 5, 6세에서 12, 13세에 이르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연령별로 운영되는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족들이 총동원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아이들이 축구경기에서 배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드리블이나 패스가 아니라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게임의 룰을 배우고 승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키워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선수를 보는 눈도 높다. 미 프로농구(NBA)의 칼 말론(유타 재즈)이 대표적 사례. 엘보(팔꿈치로 치기)라는 교묘한 반칙을 쓰기 때문에 통산 득점 2위의 위대한 기록을 보유하고도 홈 코트를 벗어나면 관중에게 야유를 받는다.
‘사커 맘’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가 선수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겪는다. 하지만 코치의 결정을 따지는 ‘사커 맘’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대신 축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기회는 다시 온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러시아▼
평등을 기치로 내세웠던 구소련이 무너진 뒤 많은 러시아 젊은이들은 진학 취업 군복무 등 사회진출에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재단(FOM)의 조사에 따르면 58%가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최근 시골 학생들의 대학 입학이 크게 줄어 모스크바대 등 명문대의 기숙사가 남아돌고 있다. 개인과외까지 받는 도시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진데다 기부금을 받는 대학들이 늘면서 시골학생들의 진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립대생들은 재학 중 교련교육을 받는 것으로 병역에서도 빠진다. 군복무는 돈 없고 학력 낮은 청년들 차지다. 취업도 연줄로 이뤄져 공개 채용은 외국계기업 등 몇몇 사기업이 전부이고 공기업이나 관료 조직은 충원 방식조차 불투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이 핵심인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 인사들을 정계와 관계, 재계에 대거 기용해 이른바 ‘페테르 마피아’라는 지역편중 인사로 비난받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중국▼
중국에서는 스포츠와 게임 분야의 검은 비리로 지난 한해 연신 시끄러웠다. 프로축구계의 ‘검은 휘슬(黑嘯)’ 사건도 그 중 하나.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프로축구 2부 리그인 갑B 12개 팀 중 6개 팀 선수 65명에게 최소 6개월간 출전을 금지시키고 일부 구단에 거액의 벌금을 매겼다.
사건은 그 뒤 불거졌다. 갑B에 소속된 두 개 팀이 연명으로 축구협회를 법원에 고발한 것. 구단주들은 “심판을 매수해 ‘검은 휘슬’을 불게 하고 선수들에게 ‘가짜축구(假球)’를 하게 한 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이들은 또 “일부 구단으로부터 홈구장에서는 6만위안, 원정경기에는 많게는 100만위안까지 받았으며 이처럼 돈이 오가는 경기가 70∼80%에 이른다”는 한 심판의 참회록도 공개했다.
중국 프로바둑계도 지난해 4월 ‘가짜바둑(假碁)’ 시비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상위리그 진입을 노리던 저장(浙江)팀이 상대방인 장쑤(江蘇)팀에 게임을 고의로 져주도록 부탁한 게 들통났다. 중국바둑협회는 재시합을 갖게 하고, 새로 처벌규정을 만들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a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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