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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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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미국과 소련이 맞서던 냉전과 양극 시대가 종식되고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됐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경제몰락과 사회혼란 등 내부 문제로 미국과의 대립보다는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군축과 인권, 불량국가에 대한 제재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었으며 올해 초에는 스파이 사건으로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기까지 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대(對) 테러 전쟁에 협력했으나 미국이 대 아프가니스탄 테러 전쟁을 계기로 구 소련권인 중앙아시아에 장기간 병력을 주둔시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 등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인도와의 3자 연대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시장경제로〓러시아는 92년 초부터 가격자유화와 사유화 등 급진적인 시장개혁 정책을 펴기 시작했으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국민생활수준 저하에 시달렸다. 9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소련 붕괴 전인 89년과 비교해 10년 만에 44%가 감소했다.
러시아 경제는 98년 8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까지 하는 위기를 겪은 후 99년 5.4%, 지난해 8.3%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장개혁을 시작한 구 사회주의권의 20여개 국가 중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등보다는 개혁이 부진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비해선 빠른 경제 성장세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화수입의 절반을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 GDP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방대한 규모의 지하경제,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자본 해외유출, 여전한 정부의 간섭, 높은 세금, 부정부패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중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까지 늘어나는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로의 복귀는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이다.
▽변화된 사회〓공산당 1당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의회와 다당제가 도입되는 등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언론탄압은 여전하고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재건’을 내세우며 지방정부와 언론을 압박, ‘독재’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체첸 등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도 여전해 무력분쟁으로까지 번졌다. 사회 혼란 속에서 빈부와 지역 격차, 인구 감소, 평균수명 감소, 에이즈(AIDS)와 마약 확산 등 10년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