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18일 15시 2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로 이민자에게 가장 개방적인 나라중 하나였던 미국이 9·11테러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반(反)테러전쟁으로 미국내에 외국인혐오 정서가 고조되면서 미 정부와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
파이낸셜타임스지는 12일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외국인 직원을 너무 많이 고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정반대 이유로 공격받을지 모른다” 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시민권자만이 공항 검색요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개정된 연방항공안전법. 지난달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항공회사나 관련 용역업체 직원 2만8000여명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이 실직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2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는 노조와 이민자 단체 등이 ‘국가 안보를 빌미로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직원 모집시 지원자격을 미국 시민권자로 제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구인광고란에는 ‘미국 시민권자만 가능(US citizens only)’ 이라는 자격 조건을 내거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 이는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경우가 아니면 직원 채용 자격을 미국 시민권자로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이민 개혁 및 관리법’ 에 위배된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도 ‘이중고’ 를 겪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