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慘事 보상금 노린 자작극 잇달아 들통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05분


9·11테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상대로 한 각종 사기극이 잇따라 발생해 연말연시 미국인들의 마음을 더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미 ABC방송의 종합뉴스 매거진 프로그램인 ‘20/20’은 12일 위로금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유가족과 보험사 등을 상대로 사기, 자작극을 벌인 케이스들을 소개했다.

세계무역센터(WTC)에서 일하던 딸의 죽음을 확인한 뒤 오열하는 로라의 부모를 제일 먼저 찾아와 위로했던 딸 친구 샌드라 미란다. 그는 죽은 로라의 방에서 혼자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뒤 로라의 신용카드를 훔쳐 4000여달러(약 520만원)어치의 옷과 보석을 구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지아주의 찰스 게빗 부부는 보험사를 상대로 한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체포됐다. 남편 찰스는 부인 신디아 게빗과 짜고 신디아를 WTC 붕괴 희생자로 허위 신고해 30만달러(약 3억9000만원)을 받아냈다. 9·11 테러의 충격과 슬픔이 워낙 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노린 것.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 명의 형제 자매를 한꺼번에 잃어버렸다”며 울먹여 미국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로세나 프리먼 앤더슨도 자작극의 주인공. 방송직후 애도 전보가 빗발쳤고 한 자선단체는 즉석에서 그녀에게 2000달러(약 260만원)짜리 수표를 주기도 했지만 우연히 방송을 듣게 된 전 남편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앤더슨은 자선단체 관계자들이 자신의 집을 방문하자 동네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이들이 자신이 앞으로 돌보아야 할 조카들인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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