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비디오테이프 대화내용 요약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6시 33분


미국 국방부는 13일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공격의 배후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1시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아랍어 대화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이 테이프는 칸다하르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빈 라덴이 그의 추종자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녹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은 테이프의 대화 중 빈라덴의 발언 요약.

우리는 빌딩의 위치에 근거해 적들의 사상자 수를 미리 예상했다. (비행기가) 부딪힐 부분이 3, 4개층 정도일 것으로 계산했다. 나는 사태를 낙관했다. 이 방면의 내 경험으로 볼 때 비행기 연료가 타면서 나오는 화염이 건물의 철골 구조를 녹이고, 비행기가 충돌한 그 윗 부분만 무너지리라고 기대했다.…우리는 이 일이 그날 실행되도록 통보했다. 우리는 그날 일을 마치고 라디오를 켰다. 우리 시각으로 오후 5시30분. 나는 아흐마드 아부 알 카이르 박사와 함께 앉아 있었다. 곧 바로 비행기 1대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워싱턴에서 나오는 뉴스에 라디오 채널을 맞췄다. 뉴스가 계속됐으나 끝까지 공격이라는 언급은 없었다.…잠시 후 그들은 또 다른 비행기 1대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를 들은 형제들이 열광했다. 이집트 패밀리(알 카에다의 이집트조직을 지칭) 소속의 무하마드(아타)가 행동그룹의 책임을 맡았다.… 작전을 수행한 형제들은 훈련을 받고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작전내용을 알지 못했다. 서로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아랍권 "음질 안좋아 빈라덴 테이프 조작 가능성" ▼

미국이 공개한 오사마 빈 라덴 비디오 테이프에 대해 중동지역의 많은 아랍인들은 이 비디오 테이프가 빈 라덴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테이프의 내용만으로는 빈 라덴이 테러 공격에 개입됐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테이프의 음질이 너무 좋지 않아 토착 아랍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미국이 제공한 번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요르단의 정치 분석가인 라비브 캄하위는 “이 비디오 테이프는 기껏해야 빈 라덴이 테러 공격을 찬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 그의 범죄행위를 입증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국과 파키스탄 등 대 테러전의 미국 맹방들은 아프가니스탄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13일 “빈 라덴이 9·11 테러 공격 개입을 자랑함으로써 그의 범행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도 비디오 테이프의 질이 빈약하긴 하지만 진짜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라시드 케레시 파키스탄 정부 대변인은 “9·11 자살공격을 찬양하는 빈 라덴의 모습과 테러에 의한 파괴가 예상을 넘었다는 그의 말로 미루어 그가 테러 공격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안기자·외신종합연합>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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