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테러지침서' 발견

  • 입력 2001년 12월 9일 21시 42분


옷은 새 옷을 입지 말고 손목시계는 꼭 왼쪽에 찰 것. 여행 일주일 전에는 율법에 어긋나더라도 반드시 수염을 깎을 것.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서방세계에 잠입해 임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지켜야할 '테러활동 지침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9일 잘랄라바드 외곽 팜 하다 지역의 한 아랍계 알카에다 조직원 집에서 이같은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서툰 영어와 아랍어로 작성된 35쪽 분량의 이 메모는 △안전가옥 확보와 테러 목표물에 접근하는 법 △목표지역에서 의심받지 않고 활동하는 법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

위조여권을 갖고 여행할 때는 다른 보조서류를 지참하고 그 나라 언어와 국내문제, 중요 도시, 전화번호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또 항공권을 구매할 때는 유럽 스타일의 양복을 입고 목적지로 곧바로 가는 대신 관광지 등을 경유해야 의심을 피할 수 있다.

짐을 준비할 때 이슬람 테러활동 관련국에서 만든 옷을 지니고 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탈취제는 옷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바르는 것이다. 반지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만 신분 위장을 위해 금반지를 껴야하다.

서구에서는 향수와 애프터셰이브를 구분해 사용해야 하며 특히 향수는 남성용과 여성용을 구분해 쓰지 않으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공격 목표물 정탐에 대해서는 "현미경의 눈으로 목표물을 살펴야 한다"며 목표물 주변의 차량과 인원, 경비, 이동방법 등을 점검목록으로 제시했다.

지침서는 "서구사회 침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슬람과 관련된 어떤 것도 갖고 다니지 말라"는 대원칙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포스트는 그동안 카불 등에서 폭탄제조법이 적힌 알 카에다 메모가 발견된 적은 여러차례 있으나 서방사회 잠입법이 담긴 메모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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