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피의 보복전’ 본격화 하나

  • 입력 2001년 12월 3일 00시 47분


미국이 중동특사까지 파견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살테러와 보복공격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먼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미국의 중재를 꺼리는 과격파가 득세하는 가운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유혈사태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 테러전쟁 개시 이후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슬람권의 고조되는 반미감정이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격파의 득세=지난해 9월 대 이스라엘 봉기 이후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 지하드 등 과격파가 크게 득세하기 시작했다. 14개월 동안 팔레스타인인 700여명이 숨지고 최근 들어 이스라엘이 자치지역을 점령하자 주민들은 이들 과격파의 테러전술을 지지하게 된 것.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도가 급락하게 된 아라파트 수반은 이들 과격파와 이를 지지하는 주민들의 반 이스라엘 감정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측이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과격 테러리스트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아라파트 수반으로서는 사실상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이 실권을 잃고 있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 아라파트 수반은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권좌에 있는 한 팔레스타인 내 과격파를 설득할 수 없다고 책임을 전가해왔다.

◆걷도는 평화협상=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강경파는 앤서니 지니 미 중동특사 파견을 앞두고 더욱 과격한 경향을 보여왔다. 강경파들의 입장에서는 협상이야말로 적에 대한 양보로 비쳤기 때문.

이스라엘군이 23일 밤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인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 마흐무드 아부 하누드가 피살되면서 이 같은 양측간 보복과 공격은 본격화됐다.

응징에 나선 하마스는 24일 이스라엘군 병사 1명을 살해했고 이스라엘군은 아파치헬기를 동원,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가옥을 공격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이 같은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양측 주민들의 감정은 더욱 증폭됐으며 보복테러와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득세하게 된 것.

▼뿌리깊은 반미감정도 한몫▼

이-팔간의 유혈보복 악순환은 그 근저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쟁 이후 형성된 이슬람권 내의 반미 감정과 맞물려 있다.

그동안 중동평화 협상 등에서 친(親) 이스라엘 입장을 취해온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쟁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매우 큰 심리적 위협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이 대테러전쟁의 와중에서 중동평화 협상을 재개하며 테러리스트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아라파트 수반에게 요구하자 과격파 세력들은 이를 대테러전쟁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대테러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이슬람권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가 이번 사건을 미 중동 특사의 평화중재 협상에 대한 ‘사보타주’라고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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