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손 태어나셨네” 열광…곳곳에 플래카드-축하행진

  • 입력 2001년 12월 1일 22시 59분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광우병 파동과 미국 테러참사 등 어두운 소식만 이어져 온 일본에 오랜만에 황손이 태어나자 전국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일 마사코(雅子·37) 황태자비의 여자아기 출산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국민은 “모처럼 밝은 소식”이라며 반겼다. 평민 출신인 마사코비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직업외교관으로 활약했던 재원으로 결혼 후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지만 8년간 아기가 없어 애를 태워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으면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더 높아졌다.이날 마사코비의 출산 직후 천황의 거처인 황거(皇居) 앞에는 출산을 축하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또 도쿄시내 상점가에서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념상품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으며 마사코비의 친정 고향인 니가타(新潟) 무라카미(村上)에서는 주민들이 축제를 벌였다.

거리의 시민들은 “우울한 뉴스만 계속돼 온 일본에 참으로 기쁜 소식”이라며 “이번 출산으로 일본사회가 활력을 되찾고 경기도 좋아졌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일본 방송들은 이날 오후 마사코비의 출산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한 뒤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특별 생방송을 내보냈으며 아사히신문 등 대부분의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했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은 “무사히 출산했다니 참 잘됐다”고 말했으며 미치코(美智子) 황후도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고 궁내청은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축하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각계인사가 축하인사를 전했다.

황손 출산에 열광하고 있는 일본의 조부모들이 손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총 14조엔을 더 쓸 것이며 이는 침체상태인 일본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라는 민간연구소의 전망도 나왔다. 도쿄 증시에선 최근 육아상품메이커인 피전 등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어린이식품업체인 와코도는 전국 슈퍼마켓에서 분유 판촉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형 제조업체인 와쿠이는 곧 새 아기인형을 선보일 예정.

한편에서는 황위 계승권이 없는 여자아기가 태어난 데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황실전범에는 남자만 황위를 계승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황위 계승 순위가 결정된 남자 7명 가운데 1순위인 나루히토 황태자와 2순위인 동생 아키시노 이외에는 천황의 직계가족이 없기 때문. 이날 고이즈미 총리는 황실전범 개정을 통해 여성의 황위 계승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그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