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성 英 핑커교수 인터넷 인터뷰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39분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로버트 핑커 영국 런던경제대학원(LSE) 명예교수가 미국의 9·11 테러 참사와 보복 공격 등에 관한 의견을 최근 본보에 보내왔다. 영국 북런던대 교수, 첼시대 사회학과 학장을 지낸 그는 인터넷 e메일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이 ‘야만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건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제 테러리즘은 종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정부는 테러리스트의 폭력적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응징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국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군사 보복으로 ‘테러 근절’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어떤 이유도 이번 테러를 정당화할 수 없다. 하지만 테러 추방을 위한 전략은 이슬람권 국가의 국민이 최근 겪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불행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이 이슬람권 국가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팔 충돌이 이번 테러의 명백한 출발점이었다.”

-이번 사태가 서방세계와 이슬람권의 대충돌로 번질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슬람권 국가까지 포함해 반(反)테러 동맹을 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두 문명권의 충돌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공격이 무고한 희생자를 낳으면 이슬람권을 자극할 것은 분명하다.”

-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 교수는 ‘문명의 충돌’이란 저서에서 이슬람권과 비(非)이슬람권의 충돌 가능성을 얘기했는데….

“그는 정치적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며 충돌 가능성을 이야기했을 뿐 그 같은 재앙이 필연적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국제 분쟁의 주요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실천이 있다면 문명 충돌이란 대재앙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정용관기자>yong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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