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 크루그먼 "세계 경기침체 위기상황은 아니다"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49분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현재의 세계경기 침체는 ‘위기’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며 대처만 잘 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가차 17일 방한한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이날 강연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경기침체는 정보통신업종에 대한 과잉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번 침체로 글로벌 경제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는 일본이 처한 문제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며 “9·11테러가 세계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통화정책은 너무나 유효해서 탈”이라고 유머를 섞어 말하고 “그러나 미국 기업의 투자는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고 답했다. 잇따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만으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임을 시사하는 발언.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해 그는 “나는 한국경제 전문가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한국은 97년 외환위기 전보다 외채와 기업부채가 줄고 위기대응 능력이 향상되는 등 구조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이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거나 97년과 똑같은 형태의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기 회복 시점과 관련해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이 정보기술(IT)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기는 미국의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80년대 은행이 금융시장의 중심이 되는 일본식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미국식 금융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현재의 금융구조조정 방향은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일부 국가가 자국의 특수한 사정을 예로 들며 다른 길을 걸어가기도 하지만 이는 ‘핑계를 대면서 구태의연한 방법을 재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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