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우편물' '백색가루'…불안한 시민들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49분


미국에서 네번째 탄저병 감염자가 발생한 뉴욕의 NBC방송 본사
미국에서 네번째 탄저병 감염자가 발생한 뉴욕의 NBC방송 본사
미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을 겨냥한 후속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생물학 무기로도 사용되는 탄저균 감염사례가 추가로 발견돼 미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또 버지니아주의 국무부 산하기관과 캘리포니아주의 영화사에서도 출처 불명의 백색가루가 발견돼 수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감염사례 확산▼

NBC 방송의 여직원 에린 오코너(38)는 지난달 25일 그가 보좌하는 앵커 톰 브로코 앞으로 배달된 2통의 협박편지를 열어본 뒤 가슴에 검은 색의 반점 비슷한 것이 생기며 열이 나는 증세가 발생했는데 12일 검사 결과 탄저균 피부 감염이 확인됐다.

네바다주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서 문제가 된 우편물은 당초 이 회사가 말레이시아의 한 상인에게 보낸 것이 반송된 것. 이 우편물은 개봉됐다가 다시 붙인 흔적이 있고 내용물이 젖었다가 마른 것으로 보이는 등 수상한 점이 포착돼 탄저균 검사를 벌인 결과 1차에선 양성, 2차에선 음성으로 나와 당국이 3차검사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사의 주디스 밀러 기자에게 온 우편물에서 나온 백색가루는 일단 탄저균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으나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국무부 산하 외교연구소에서도 백색가루가 발견돼 FBI가 출동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소니픽처스 소속 직원 한명도 12일 편지에 든 흰색 가루가 손에 묻어 병원에서 탄저균 감염검사를 받고 있다.

▼수사 및 대응▼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부 장관은 “FBI가 최근 발생한 탄저병의 원인을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FBI는 그러나 지난 1세기동안 미국에서 18건밖에 없었던 탄저균이 잇따라 발생하자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를 퍼뜨리고 있다는 결론 하에 범죄차원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테러집단이 사회혼란을 유발하기 위해 ‘백색가루 소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FBI의 베리 몬 뉴욕 지부장은 “NBC방송과 뉴욕타임스에 배달된 우편물은 모두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발송됐고 편지봉투의 필체가 비슷하다”며 연관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의 밀러 기자에게 온 우편물은 시카고 시어스 타워 빌딩 및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위협을 담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타임스사 직원 25명과 톰 브로코를 포함한 NBC방송 뉴스국 직원 200여명은 탄저균 감염 검사를 받았다.

뉴욕타임스와 NBC방송은 물론 ABC, CBS, CNN 방송 및 AP통신사, 뉴스위크, 타임지 등의 우편실이 잠정 폐쇄됐다. 시민들은 탄저병 치료제인 시프로를 사기 위해 의사에게 처방을 요청, 사재기에 나서는 한편 가스 마스크를 구입하는 등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흰색가루 소동▼

NBC방송에서 추가 탄저균 감염 사례가 확인된 후 미국 내외 곳곳에서 ‘흰색가루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로스앤젤레스의 LA타임스사 사옥에서 흰색가루가 발견돼 직원들이 대피하고 FBI대책반이 출동해 건물을 봉쇄한 채 조사에 나섰으나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탄저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에서도 출처 불명의 흰색가루가 발견돼 긴장한 FBI와 위험물질대책반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으나 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것.

또 유럽에선 처음으로 1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군장교 3명 등 5명이 생화학 테러 위협의 내용과 흰색가루가 담긴 편지를 개봉한 뒤 인근 병원에 입원, 검사를 받았지만 결국 탄저균 감염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종훈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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