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부동맹군 내세워 카불 점령"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3분


미국은 북부동맹군을 내세워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대규모의 특수부대 등을 투입해 ‘탈레반 정권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칸다하르를 전격 점령하는 작전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점령 작전〓영국의 더 타임스는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카불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탈레반군에 집중 폭격을 가한 뒤 북부동맹군으로 하여금 카불을 점령케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미군 폭격기들이 북부동맹군의 카불 진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북부동맹군의 정보에 따라 카불 인근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카불 진격이 수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판지시르 계곡에 위치한 북부동맹군이 먼저 카불 북쪽의 교외에 있는 산의 고지대를 장악할 계획이라는 것. 이후 카불 북동쪽에 위치한 북부동맹 내 다른 정파들이 합동으로 카불로 침투해 탈레반의 저항을 제압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로 고지대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부동맹군이 카불 남쪽과 동쪽의 고지대에서 재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탈레반군을 공격한다는 것이 이 작전의 골자다.

▽칸다하르 점령 작전〓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1일 공습으로 대파된 칸다하르와 인근 카닌 지역에 미군과 영국군 특수부대 및 공수부대 병력 약 3000명을 투입해 칸다하르를 점령한 다음 사령부와 주둔지를 설치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점령 이후에는 전폭기들이 칸다하르 상공을 24시간 경계하며 탈레반의 잔당들을 소탕하고 파키스탄 등지에 마련한 미군과 영국군 병참기지로부터 수송기들이 군수물자를 끊임없이 실어나르는 이른바 ‘공중 가교’를 만드는 것이 후속 작전의 골자다. 그 다음에는 칸다하르를 교두보로 삼아 탈레반 세력의 완전 격퇴에 나선다는 것.

칸다하르가 전격 점령 예정지로 선택된 것은 이곳이 비옥한 평원으로 둘러싸인 고원 지대여서 일단 점령하고 나면 탈레반 잔당들이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펴기에 극히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탈레반에 ‘근거지를 잃었다’는 심적인 타격을 주는 커다란 효과가 있다는 것.

칸다하르는 파키스탄과 껄끄러운 관계인 북부동맹의 점령지와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미군과 영국군이 북부동맹과 연합작전을 펴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의 입장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백경학·권기태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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