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폭 민간인 희생 300여명"…美 나흘간 공습 피해 커져

  • 입력 2001년 10월 12일 00시 22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나흘째인 11일까지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며 공습을 시작한 미국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습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8일 카불의 유엔구호단체 건물 오폭으로 4명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숨졌다고 관련 기관이 발표한 뒤에 이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희생자에 관해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측은 11일 현재 민간인 30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확한 민간인 피해는 대대적인 공습으로 집계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민간인 희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탈레반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남쪽 카담 마을 주민 100여명이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이어진 공습 때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노인과 여성, 어린이였다고 전했다. 카담 마을이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훈련기지가 인근에 있기 때문. 탈레반측은 공습을 앞두고 훈련기지에 있던 사람들과 마을의 남자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측은 또 이날 폭격으로 잘랄라바드의 이슬람 사원이 파괴됐으며 인근 민가에 폭탄이 떨어져 주민 1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마이르 칸 부타쿠이 탈레반 교육부장관이 11일 “카불시에서 약 4㎞ 떨어진 세관사무소 인근에 살던 일가족 10명이 미국의 미사일 공습으로 몰살됐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 카불 공항 근처 민가에도 11일 폭탄이 떨어져 12세 소녀가 숨졌다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밖에도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통신(AIP)은 11일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미군 공습으로 칸다하르에서도 민간인이 18명 숨졌다”고 전했다.탈레반측은 11일 공습이 있기 전까지 숨진 민간인이 78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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