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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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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있었던 최초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참가했던 미군 전폭기 조종사들은 탈레반의 저항이 거의 없었던 데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라비아해상의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 배속된 한 FA18 전폭기 조종사(38)는 “공중전을 각오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상공에는 싸울 상대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측에서 간혹 표적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구식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포로 응사한 경우가 있었지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고 심지어 소화기로 응사한 경우도 많았다 고 조종사들은 증언했다. 또 이번 공습 대상은 테러리스트 훈련소, 군 비행장, 군용기, 방공망, 지대공 미사일 발사기지 등이었다고 조종사들은 밝혔다.
한 조종사는 “공격 목표였던 아프가니스탄 남부지역의 테러리스트 훈련소에서는 불빛이 보이는 등 명백히 활동을 계속중인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당초 공중전투를 위한 출격 명령을 받았으나 출격 직전 지상 목표물 폭격으로 바뀌었다. 첩보위성 등을 통해 현재의 탈레반 공군력으로 보아 공중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엔터프라이즈호와 함께 아라비아해상에 머물며 공습작전의 핵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미 항모 칼 빈슨호의 한 조종사도 “아프가니스탄 상공에서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았다”면서 “탈레반측의 대공포나 지대공 미사일은 마치 아이들이 종이로 만든 로켓을 쏘아 올리는 모습을 나무 위에 앉아 내려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륙한 지 4시간반 만에 공습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칼 빈슨호 소속 전폭기 조종사들은 이번 작전에서 겪은 가장 큰 문제는 연료였다고 말했다. 약 1000㎞에 이르는 장거리를 비행해 폭격을 한 다음 다시 모함으로 돌아와야 했던 까닭에 연료가 언제 바닥날까 조마조마했다는 것. 이 때문에 매우 치밀한 공중급유 계획이 필요했으며 F14 기종은 적어도 2번 재급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들은 또 민간 목표물을 피해 공격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 해군 고위관리는 “군과 민간이 함께 피해를 볼 만한 곳은 공습 대상에서 뺐다”고 말했다. 공습 과정에서 희생된 미 조종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탈레반의 저항 능력이 미미한 까닭도 있지만 저고도 비행을 하며 공습할 경우 격추 가능성을 우려해 미군이 주로 장거리 유도 미사일을 사용해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