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인파 급증…엑소더스 행렬

  • 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03분


‘불행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또다시 몰아닥친 전쟁의 포화를 피해 파키스탄과 이란 등 인접국 국경지역으로 대거 탈출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군의 집중 폭격을 받은 카불과 칸다하르 등지의 주민들은 7일 밤부터 시 외곽으로 탈출하기 위해 긴 행렬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8일 새로 발생할 난민이 파키스탄 지역 100만명, 이란 지역 50만명 등 15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미국이 식량 등 구호품을 투하하기 시작했으나 그보다는 미국과 탈레반,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전투 와중에 피해를 볼 것이 두려워 집을 떠나고 있다고 유엔 관리들은 전했다.

70년대 초부터 시작된 내전과 뒤이은 소련군의 침공 등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은 이미 파키스탄 200만명, 이란 150만명을 비롯해 450만명이나 된다. 미국이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이후 피란민이 늘자 파키스탄은 이미 국경을 봉쇄했다. 그러나 맞닿은 국경선이 길고 철책이 없는 곳도 많아 험준한 산을 넘는 피란민을 막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쿠람지역에만 이미 난민 8000여 가구가 몰려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현재 파키스탄 등 인접국 정부에 인도적 차원에서 국경을 개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접국 정부는 국경개방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구호단체에서는 설사 인접국이 문을 연다 해도 난민들에게 지급할 텐트와 식량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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