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차분한 테러보도 ‘신뢰’ 찾았다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지난달 테러 대참사 이후 미국 언론의 보도 태도가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A타임스는 6일 워싱턴 소재 여론조사기관 ‘국민과 언론을 위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결과 국민의 89%가 테러 발생 후 첫 주간의 언론 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지난 25년간 신뢰도 하락으로 고전해온 언론들이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갤럽의 작년 조사에서 언론매체를 ‘거의 또는 전적으로’ 믿지 못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976년 조사보다 거의 배 이상 증가한 것을 예로 들면서 이에 비하면 긍정적인 평가가 89%에 이른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공중파 방송인 ABC와 CBS의 경우 시청자 의견 답지가 9월11일 이후 약 3배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뉴스보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NBC의 ‘야간뉴스(Nightly News)’는 매주 1500여통 정도였던 시청자 e메일이 테러 후 평균 7000통으로 늘었으며 역시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편집자들은 테러 전보다 10배나 많은 독자편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독자투고 책임자는 “독자의견의 대부분이 잘 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이라고 말했다.

배리 글래스너 남캘리포니아주립대(USC) 사회학 교수는 “언론매체가 게리 콘디트 의원 스캔들이나 상어습격, 놀이기구 사고 대신 진짜 뉴스와 진짜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은 1991년 걸프전쟁 초기에도 비슷했다”면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고 언론매체들이 보도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테러조직에 이로운 기밀들이 새어나가게 될 경우 여론이 다시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예로 USA투데이가 9월28일 1면에 “미 특수부대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주째 오사마 빈 라덴을 찾고 있다”고 보도하자 특공대원들의 안전과 작전 성공을 위태롭게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

포틀랜드 오리고니언, LA타임스, 시카고 트리뷴지 등도 주(州)내 무기비축고와 핵발전소, 화학무기 시설에 관한 기사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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