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의자 가방서 행동지침 문건 발견

  • 입력 2001년 9월 29일 00시 31분


“누구나 죽음을 싫어하며 두려워한다. 그러나 죽음 이후의 삶과 죽음 이후의 보상을 아는 신자만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된다.”

미국 동시 다발 테러를 감행한 범인이 마음의 준비를 다지고 테러 실행을 위한 실무적인 행동 지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발견됐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아랍어로 쓰여진 이 문건을 테러사건의 범인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모하메드 아타(사진)의 가방에서 발견했다고 28일 보도했다.

5쪽 분량으로 된 이 문건의 1∼4쪽은 100명의 선지자가 1000명의 이교도와 대적해 싸운 이슬람의 역사에 관한 내용과 기도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마지막 한 쪽에는 ‘비행기에 탑승할 때’라는 제목과 함께 기도문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테러 전날 밤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계속 기도하면서 알라의 도움을 구하고 코란을 계속 낭송하라며 임무 실행에 앞서 신앙의 힘으로 의지를 다질 것을 지시하고 있다.

“마지막 날 밤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겠지만 이 도전에 맞서고 이를 100% 이해해야만 한다. 신과 그의 사자(使者)에게 복종하라. 유약해지는 상황에서 서로 싸우지 말고 흔들리지 마라. 신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

문건은 이와 함께 “마음을 정화하고 모든 현세의 문제로부터 벗어나라”고 당부하고 있다.

“유흥과 헛된 시간은 지나고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신의 용서를 구하기 위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너희들의 인생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너희들은 행복한 삶, 영원한 낙원에서의 삶을 시작할 것이다.”

테러를 감행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다.

“모든 준비물, 가방과 옷, 나이프, 유언장, 신분증, 여권, 모든 서류 등을 점검하라. 출발 전에 안전을 점검하고 미행자가 없는지 확인하라. 몸을 청결하게 하고 신발과 의복을 단정히 하라.”

한편 미국 텍사스주의 일간지 댈러스모닝뉴스는 펜실베이니아 인근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의 잔해에서도 테러범들이 지침으로 활용한 문건이 1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결정적인 시간이 도래했을 때 옷차림새를 단정히 하고 가슴을 열어 알라를 위해 죽음을 맞이하라. 목표물을 앞둔 최후의 순간 너희들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은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다. 모하메드는 알라의 사자(使者)다’이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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