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의회연설 표정]사실상 ‘선전포고의 場’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33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의회연설은 미국민과 전 세계에 미국의 대 테러전쟁 의지 및 목표를 분명히 밝히는 ‘선전포고의 장(場)’이었다. 의회지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직후 초당적인 지지를 약속하며 국가적 단합을 과시했다.

▼체니부통령 비밀장소 대기▼

○…오후 9시경 부시 대통령이 의사당에 들어서자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상하원 의원 등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 부시대통령은 이날 양복깃에 성조기 배지를 달고 나와 눈길.

부시 대통령은 연설대로 걸어나가면서 통로 주변의 의원들과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 친밀감을 나타냈고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

경찰은 무장헬기를 의사당 주변 상공에 대기시키는 등 경계를 강화. 또 상원의장 자격으로 참석해야 할 딕 체니 부통령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워싱턴 시내 모처에서 대기하느라 이날 행사에 불참했는데 이는 행정부 각료 중 1명이 비상사태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도록 ‘지명생존자’ 자격으로 외부에서 대기해온 관례에 따른 것.

▼블레어 英총리도 참석▼

○…부시 대통령은 유나이티드항공(UA) 93편에 탑승했다가 숨진 승객 중 한 명인 토드 비머의 부인을 소개하며 “환영해 달라”는 부탁을 시작으로 연설을 시작. 토드 비머 등 UA 93편의 승객들은 테러공격 소식을 기내에서 듣고 자신들이 탄 비행기의 납치범들에 맞서 싸웠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국민이 테러공격으로 피해를 보았으며 전 세계인이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고 강조.

그는 “영국 버킹엄궁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울려 퍼진 미국 국가와 한국 어린이들이 서울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미국인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중요한 외교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지해 온 영국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영국보다 더 진정한 친구는 없다”고 말한 뒤 연설회장에 참석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친구’라고 표현하며 “와줘서 고맙다”고 사례.

그는 또 연설도중 뉴욕 세계무역센터 참사현장 복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를 소개해 박수를 유도.

▼쉽고 단순한 표현 설득력▼

○…눌변으로 알려진 부시 대통령은 이날 쉬우면서도 단호한 표현으로 미국인의 단합과 이해를 촉구하고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

“탈레반 정권은 (오사마 빈 라덴 인도 등 미국의 요구에) 당장 움직여라”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우리편에 설지 테러리스트 편에 설지 결정해야 한다” “자유와 공포, 정의와 잔혹함이 늘 충돌해 왔지만 신이 그 사이에서 중립적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는 표현 등이 이날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단호한 표현들.

▼30여차례 박수 터져▼

○…연설이 끝나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과 공화당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는 TV 카메라 앞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다짐. 대슐 의원이 “우리의 목표는 (공화당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하자 로트는 “여기에 야당은 없다”고 호응. 이에 앞서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미국은 대통령을 통해 한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민주당측이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

CNN 방송은 30여 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온 이날 연설을 ‘단호하고 강력했다’고 표현하는 등 부시가 탈레반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풀이.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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