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테러와 자유와의 전쟁이 시작됐다”며 전세계를 향해 테러와의 전면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는 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대해 1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동시 테러사건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이다의 모든 조직원을 즉시 인도하도록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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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테러전면전 선포 |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군에 대해 군사행동을 준비할 것을 지시하고 국민에게도 종전의 전쟁과는 성격이 다른 테러와의 장기전에 대한 이해를 구해 테러와의 역사적인 개전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관해 국제적 연대를 결성하고 본토의 군사력을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전진배치하는 등 일련의 외교 군사적 준비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부시 대통령이 “우리의 전쟁은 알 카이다를 대상으로 하지만 싸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지구상의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 패배시킬 때까지 싸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은 TV로 볼 수 있는 극적인 공습과 비밀공작 등을 포함할 것”이라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자금을 고갈시키고 그들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을 때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테러 근절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인명을 희생시키고, 모든 가치들을 도외시함으로써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예전과는 달리 강도 높게 테러를 규탄했다.
그가 국제사회에 대해 “모든 나라와 지역은 우리와 테러리스트들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분명한 ‘줄서기’를 요구한 것도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를 뛰어넘는 것.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 돌입시 미국측에 서지 않으면 테러에 대한 자유 수호를 거부하는 ‘적대국’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자유와 공포, 정의와 잔혹은 언제나 전쟁상태에 있었다”며 “우리는 신이 이 가운데에서 중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등 국민에 대한 감성적인 호소도 잊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과거 서부시대의 수배전단 문구를 인용해 “생사에 관계없이 빈 라덴을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호언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crusade)’에 비유하는 등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의 개전 연설과 다를 바 없는 이번 연설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언론으로부터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걸프전쟁을 앞두고 90년 11월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을 비난하고 미국의 군사응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의 개전 연설을 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들은 통상 연초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신년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그러나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이번 경우처럼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국가의 단합과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