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정말 핵심용의자인가…성급한 공격에 우려 여론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1분


미국은 뉴욕 워싱턴 테러 참사의 배후가 오사마 빈 라덴임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을까.

미국은 빈 라덴을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라고 선언하면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으나 아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과연 빈 라덴이 테러의 배후인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6일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이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는 등 미 고위당국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빈 라덴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빈 라덴을 핑계삼아 이슬람권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전(聖戰)을 준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 거듭 빈 라덴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것은 미국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 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미 수사당국은 집중적인 수사 결과 수많은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 중 몇 명을 체포하기는 했으나 빈 라덴과 테러범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분명한 증거 제시 없이 성급하게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개시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뉴스위크지도 24일자 최신호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빈 라덴의 개입 증거를 제시해 파키스탄 등 우방국의 지원을 받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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