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수준 보복’ 선언…부시 “테러범 철저 응징”

  • 입력 2001년 9월 13일 02시 0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국을 겨냥한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전쟁행위’라고 선언, 앞으로 응징 및 보복을 전쟁행위에 준해 단행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주요 각료와 백악관 보좌진을 배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겨냥한 테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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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는 “사악한 테러행위의 책임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숨기고 보호해주는 자들까지 색출해 응징하겠다”고 말해 미국이 테러범과 배후세력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테러범을 찾아내 이들에게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길 바라며 군사적 대응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사마 빈 라덴을 유력한 테러 배후세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당국이 이번 테러에 가담한 아랍계 용의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의 오린 해치 의원(공화당)은 11일 빈 라덴과 동조자들이 테러 성공 소식을 전달받는 전화통화 내용이 미 첩보기관에 포착됐으며 납치된 여객기 가운데 한 대에 빈 라덴의 조직원이 탑승했다는 자료도 입수했다고 공개했다.

FBI는 이와 관련해 12일 플로리다주에서 테러에 동원된 항공기에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 추종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이날 독일 영국 프랑스 및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이번 테러가 빈 라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스턴 헤럴드지는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안관계자들이 동시다발 테러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아랍계 남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는 관계당국이 용의자들의 차량을 찾아냈으며 아랍어로 된 비행훈련 교본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보안관계자들은 용의자들 가운데 2명은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형제이며 이들 가운데 1명은 숙련된 조종사였다고 밝혔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은 12일 미 수사당국이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이를 기초로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이프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증거들을 검토해본 뒤 그것에 비춰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단 첫단계는 어떤 증거들이건 그 증거가 빈 라덴이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고 신병인도는 그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아프가니스탄에 주재하고 있는 유엔요원 80명을 철수시켰다고 12일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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