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조종사,"나는 영웅이 아니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6시 50분


캐나다의 한 여객기 조종사가 비행중 엔진이 멎은 여객기를 무동력 활공으로 105㎞나 떨어진 섬에 기적적으로 비상착륙시켜 300여명의 인명을 구했다.

캐나다 에어트랜셋항공 소속의 로버트 피치 기장(49)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피치 기장은 24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승객 300여명을 태운 A330-200 여객기를 몰고 포루투갈 리스본으로 향하던 중 북대서양 상공 9600m 지점에서 연료가 새면서 엔진이 작동불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조레스 군도의 일부인 테르시에라 섬의 라헤스 공항으로 급히 기수를 돌렸다. 여객기는 수직 하강하거나 요동쳤다. 승무원들이 비상 착륙에 대비해 구명조끼를 입도록 지시하자 승객들은 공포감에 비명을 지르거나 기도를 올렸다.

피치 기장은 엔진 2대가 모두 멈추고 연료가 바닥난 여객기를 18분간이나 무동력 활공시켜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시켰다. 여객기 바퀴가 화염에 휩싸였으나 숨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상자 9명만 병원에 후송됐다.

캐나다 언론들은 "그를 용기로 가득한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피치 기장은 "나는 그같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급을 받고 있을 뿐 결코 영웅이 아니다"고 겸손해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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