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인종청소' 집단 학살죄 첫 적용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3분


발칸지역에서 자행된 ‘인종청소’ 행위에 대해 집단학살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유엔 국제전범재판소(ICTY)는 2일 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 주민을 인종청소한 혐의로 기소된 세르비아계 전 장군 라디슬라프 크르스틱(53·사진)에게 집단학살죄를 적용해 징역 46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8차례의 종신형이었다.

ICTY 알미로 로드리게스 판사는 “상관의 명령이었다 하더라도 계획적으로 주민을 대량 학살한 것은 바로 인종청소이자 집단 학살”이라고 판결했다. 국제법상 집단 학살은 민족과 인종,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대규모 살해 행위를 가리킨다.

전범 혐의자에게 집단 학살죄가 적용된 것은 1948년 이를 규정한 국제법 제정 이후 처음이며 ICTY가 집단 학살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것도 처음이다. 1946년 나치 전범자들에게 ‘반인도적’ 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사건〓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가 95년 7월 동부 이슬람계 도시인 스레브레니차에서 여성과 노인 3만명을 추방한 뒤 청장년 남자 8000여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 2차대전 이후 유럽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크르스틱이 지휘하던 군대는 유엔군이 보호하던 이 도시를 점령한 뒤 이같은 학살을 자행했다. 현재까지 4000여명의 시신이 발굴됐으나 나머지는 아직 실종 상태.

크르스틱은 92∼95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내전 당시의 인종 청소와 관련해 ICTY에 기소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인사 중 최고위 군 장성. 그는 이번 재판에서 자신의 상관으로 아직 체포되지 않은 라트코 믈라디치와 당시 정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명령을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결 의미와 반응〓유엔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각국은 판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을 전범 혐의로 기소한 카를라 델 폰테 ICTY수석 검사는 “이번 판결은 전범 혐의자는 반드시 단죄를 받는다는 것을 일깨우는 것으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에게도 집단학살죄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종신형이 선고되지 않은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TV를 통해 재판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징역 46년형은 크르스틱이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 관대한 처분”이라며 “그가 비록 99세라도 종신형이 선고됐어야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보스니아 법무부는 2일 “보스니아 내전 중 범죄 혐의로 ICTY에 기소된 이슬람계 전 장군인 메메드 알라지치 등 3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을 곧 ICTY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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